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희 Oct 02. 2021

김해 봉리단길을 그리다.

따스한 봉리단길 드로잉

  김해의 봉리단길은 봉황동 유적지로부터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생각해보니 인기가 많아진 거리는 '□리단길'로 명칭이 새로 붙어 지어진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내가 아는 바로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이 최초였을 것이다. 지금 떠오르는 거리만 해도 경주의 '황리단길' , 부산 서면 바로 옆의 전포역 부근 '전리단길', 구미역 뒤편의 금리단길,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김해 봉황동의 '봉리단길'까지. 물론 그 외에도 더 있을 것이다.


  과거 육군 중앙 경리단이 위치해 있어 불리어진 '서울의 경리단길'을 소개해주는 팻말을 보면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식당과 카페의 다양하고 독특한 먹거리가 유명한 문화와 젊음의 공간이다.'라고 적혀있다. 길을 설명해 놓은 것이지만 왠지 백과사전 '정의'에 가깝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나에겐 친숙한 부산 전리단길만 해도 핫한 카페, 술집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점들도 다양하고 인기가 많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하거나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김해 봉리단길 그리기 과정 1




 사실 나는 김해의 봉리단길은 생소함을 넘어서 처음 들어봤다.


 어디까지나 유명하지 않다기보다 내가 몰랐던 것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했을 수 있고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곳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몰랐기 때문에 더 호기심이 갔다. '어떠한 곳이길래 봉리단길이라고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는지 또 어떤 특색이 있는지 느껴봐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많은 것을 검색해보거나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위치 감만 확인하고 둘러보기로 했다. 일단 가보고 느껴보는 것. 내가 좋아하는 여행 방식이다. 봉리단길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봤을 때는 확실히 '새로 지어진 곳''예전 그대로의 모습'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여러 옛 건물들 뿐만 아니라 큰 길가 양옆으로 각종 카페,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또 새로운 모습으로 꽃단장하고 있는 건물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김해 봉리단길에 나름 많이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늘 새로움을 느낀다.


김해 봉리단길 그리기 과정 2


 봉리단길을 걷다 보면 영문자 'Y' 형태의 길로 나뉜다. 나뉘는 그 길목에는 큰 나무가 서있고 주위에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배치되어있다. 나무와 나뭇잎들은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주었으며 그 아래에 어르신들이 계시는 모습을 주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네를 구경하느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때에도 이야기 꽃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다가가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없었지만 어르신들의 유대감과 친근함을 멀리서도 느껴볼 수 있었다.


 봉리단길은 주변에 예전부터 살고 계시던 분들이 쭉 계시기에 동네 주변이 바뀌는 모습과 젊은이들이 놀러 오는 것을 본다면 느낌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낯섦을 감출 순 없겠으나 그래도 조금의 반가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봉리단길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찾아오는 것이니깐. 그 관심이 그들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고 소소한 반가움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해 봉리단길 그리기 과정 3


 봉리단길을 걷다 보면 예전의 모습, 내가 어렸을 때 주위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 시골에 놀러 갔을 때 볼 수 있었던 모습 등 내 기억 속의 따뜻했던 추억의 조각들 일부가 남아있다. 김해에서의 추억이 아닌 부산에서 나만이 갖고 있던 동네의 모습들이 유사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추석 연휴에 친한 친구를 만나 어릴 적 함께 다녔던 초등학교를 다시 가보았다. '여기에는 소시지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연탄이 있었는데', '여기에 문방구가 있어서 준비물은 여기서 사곤 했었는데', ' 뽑기 여기서 사서 했었는데' 하며 잠시 동안 행복했던 순간들을 공유하였다. 갑작스러운 연탄 얘기에 당황할 수 있겠지만 90년대 생인 나로서는 아직까지 생생한 등하교 추억이다. 초등학생 때는 등교 거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졌고 학교도 거대했고 그 주변의 길들이 넓고 길었던 것만 같은데 많은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렇게 작아 보일 수 없었다. 그 건물 그 장소는 그대론데 내가 변했음을 체감했다.


 예전부터 살고 있었던 사람, 가끔 볼일이 있어서 놀러 왔던 사람, 최근에 자주 오게 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변화하는 봉리단길을 마주할 때 묘하면서도 안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따스한 동네의 봉리단길에 많은 이들이 와서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김해 봉리단길 모습
김해 봉리단길














매거진의 이전글 김해 여행을 떠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