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한몫했을 것이고 멀리 여행 간지 오래된 탓도 있다.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은 목적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여행의 ‘이유’가 아니라 ‘목적’에 대해서 말이다.
여행의 ‘목적’을 논하려고 하다 보니 단어에서 주는 힘이 강하게 다가오는데 무엇인가 원하는 것을 얻어야 될 느낌이다.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난 무엇을 얻고 싶은가.
아무래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힘들거나 지겨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클 것이다. ‘목적’을 얘기하자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그 상황을 다 잊어버리고 스트레스나 지루함을 푸는 것이다. 영어로는 ‘Refresh'가 적절한 듯하다.
어떻게 보면 ‘목적’은 이유 포함과 동시에 어떤 걸 얻고 싶은지까지 결론 내야 한다.
직장인 1년 차, 여행이 아주 절실했던 시기에 떠난 동유럽 여행을 되돌아봤다.
2017년 첫해 입사한 직장인 1년 차, 말로 다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처음 일을 해봐서 업무 자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사수와 같이하는 일을 맞춰 나가는 것도 말이다. 더 자세히 다룰 순 없지만 복합적으로 힘들었기에 회사를 계속 다녀도 될지 생각을 많이 했었다.
17년 11월, 일주일간 체코와 오스트리아로 휴가 떠났다. 그 당시 여행의 ‘목적’은 ‘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는 것일까, 퇴사를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었다. 좋은 풍경을 보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도 목적이었으나 그보다 내면에 갖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한국을 벗어나 여행하면 해결책을 찾고 올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프라하 까를교 위의 풍경 (2017)
비엔나 벨베데레 궁전에서 작품 보며 그린 '키스' (2017)
프라하 까를교 주위로 펼쳐지는 새벽부터 밤까지 모두 다른 느낌의 풍경, 동화 같은 체스키 크룸로프, 청정이라는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리며 맑고 차분한 느낌의 할슈타트,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작품이 있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 거리 모두 신선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던 비엔나 등 아름답고 멋진 곳을 다니며 힐링했다.
아이러니하게 여행하면서 ‘목적’이었던 고민 해결의 답을 찾기보다는 고민을 잊게 해 주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올수록 돌아가기 싫은 마음이 듬과 동시에 고민에 대한 답은 아직 생각도 못해서 걱정되었다. 돌아가기 싫은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고민의 원천이 었던 ‘출근해서 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지금 직장인 4년 차로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적응했기에 출근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많이 줄었다. 확실히 말해 두고 싶은 것은 다 없어진 게 아니다. 현재 직장인으로서 ‘여행의 목적’은 다음 글에 다룰 것이다.
직장에 대한 고민의 답은 귀국하는 날에 빠르게 결론지었다. ‘일단 다시 해보자’라고. 여행의 답을 명쾌하게 얻고 온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고민의 답을 내는 것을 보류했다.
여행에서 얻고 돌아와야 할 '목적'을 모두 이룬다는 것은 어찌 보면 힘듬에 가깝다. 오히려 ‘목적’을 위해 갔지만 생각지 못한 다른 것을 많이 얻어온다. 좋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새 출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