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여행 가면 그곳의 풍경을 펜으로 그리고 실제 풍경과 나의 그림을 함께 사진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풍경 사진, 나의 그림 자체도 나에게 훌륭한 기념품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한 번에 사진으로 담은 것을 볼 때면 '내가 그곳에 있었다'라는 확인과 그 순간의 느꼈던 감정들, 추억이 떠오른다. 풍경을 보면서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풍경을 사진으로 담은 후 음식점이나, 숙소, 카페에서 드로잉 마무리하고 다시 그 현장에 방문해서 나만의 기념을 한다.
여행을 한두 달 간다면 느긋하게 앉아서 쭉 그리겠지만 일주일 남짓의 여행은 늘 아쉽다. 그래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현장에서만 그림을 못 그리고 틈날 때마다 장소를 옮겨가면서 그려지게 되나 보다. 실제 눈으로도 봐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많이 걸으며 다녀야 한다.
회사를 다닌 후 마음속에 간직한 꿈은 '두 달 정도 유럽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그림으로 담는 것'이다. 일을 그만두지 않은 이상 힘들지 싶다. 직장인들도 학생들처럼 방학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7년 11월 동유럽 체코 프라하,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담은 나의 드로잉과 풍경 사진으로 그때의 추억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프라하의 '틴 성당' (2017)
'프라하'를 검색하거나 TV 속에 동유럽 여행 소개해주는 여행사 광고에 꼭 나오는 풍경중 하나가 '틴 성당'이 아닐까 싶다. 구 시가지 광장 앞에는 버스킹도 하고 먹을거리도 많아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구 시가지 광장의 어느 가게 야외석에 앉아 햄버거와 맥주를 먹으며 드로잉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프라하성이 보이는 까를교 위 (2017)
까를교 위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있어 왔다 갔다 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그보다 새벽, 낮, 밤 모두 까를교 위에서 프라하 성을 바라보는 풍경은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 힘들 만큼 매력적이다. 더 긴말하지 않겠다.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거리 (2017)
체코의 유명 음식, 한국으로 치면 족발요리의 일종인 '꼴레뇨'를 먹으러 음식점을 향했다. 들어가기 전에 본 말라 스트라나 지구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급하게 그렸긴 했지만 꼴레뇨를 기다리면서 신속하게 펜을 움직이며 그리고 다 먹고 나서도 마무리를 했다. 아쉬움 없이 먹고자 꼴레뇨를 시켰는데, 두 명이 먹어도 충분히 남을 만큼의 양이어서 다 먹지 못했다. 그때 느꼈다. ' 혼자 여행하면 아쉬운 게 음식 양이나 종류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구나'라고.
프라하의 '댄싱 하우스' (2017)
블타바 강 근처에 위치한 '댄싱 하우스'. 명칭만큼이나 역동적인 느낌의 건축이다. SNS에서 많이 봤었던 건물이라 꼭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프라하에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보니 더욱 커 보이고 신기했다. 안에 들어가 볼 걸 하는 아주 약한 후회가 남아있다. 목을 축이러 맥도날드에 가서 콜라를 마시며 드로잉 마무리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체스키 크룸로프 (2017)
당일 치기로 프라하에서 버스를 타고 간 체스키 크룸로프. 표를 미리 구하지도 않고 프라하에 와서 표가 모두 예약돼있었기에 못 가나 했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프라하 거리를 다시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런데 못 가고 다시 한국 돌아간다면 많이 아쉬울 것만 같았다. 체스키 크룸로프 가기로 생각했던 날, 새벽에 비가 조금씩 내려서 였을까. 버스에 빈자리가 생겨 재빨리 예매를 해서 갈 수 있었다. 정말 동화같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에 올라가서 풍경을 담고 다시 내려와 한 카페에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그림을 완성하고 다시 올라가서 사진으로 담았다. 두 번 올라갔지만 한 번 더 보는 것은 또 다른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프라하에서 비엔나로 가는 기차 안에서 (2017)
여행할 때면 항상 '여행 가이드 북'과 함께한다. 그것을 보며 여행 준비하는 것이 행복해서 사는 것도 있지만 여행 시 혹시나 예상치 못한 일로 폰을 잃어버리거나 통신이 안될 경우를 대비하는 마음도 있다. 여행하며 다닐 때 무겁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있는 것이 아주 든든하다. 무엇보다 유익한 여행 정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필수다. 여행을 다녀오면 그 가이드 북도 나만의 여행 기념품이 된다.
비엔나에서 프라하로 오는 기차 안에서 (2017)
동유럽 여행할 때 2019년 8월에 런던 3일, 파리 2일 그리고 다시 돌아와 런던 3일 여행했던 것처럼 프라하에서 시작해서 비엔나에서 2박 3일 하고 다시 프라하로 돌아왔다. 그때도 프라하가 많이 그립고 후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많이 돌아다니느라 발은 쉬어야 했고 상대적으로 편했던 손은 기차 안에서 다시 펜과 함께했다.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대상을 보면서 그렸다. 그리면서 짐들이 중간중간 주인이 내려야 해서 갖고 가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했다. 사진은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어 간직되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