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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여행의 효율

동유럽 여행이 가져다준 비교의 가치

by 조용희

유럽에서 최대 8~9박 할 수 있는 휴가가 주어지면, 한 나라만 가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다.


한 나라 내에 여러 도시가 많아 일주일 남짓한 시간 내에도 모두 둘러보기 힘들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서라도 두 나라 이상 가고 싶어 한다. 왜 두 나라 이상을 고집할까. 1년에 한 번 길게(?) 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에 한 나라에서만 여행하는 것이 아깝기 때문이다. 두 나라 이상 여행의 이유를 목차로 나눈다면 아래와 같다.


첫째, 알차게 휴가 다녀온 느낌이 강하게 든다.

둘째, 건축, 문화, 음식 등 각 나라 간 다른 것을 몸소 느끼고 비교하며 생각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슈테판 대성당 (2017)

첫 번째의 경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적당한 설득력'은 있다. 간단한 예로 신발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는 것을 상상해 보자. 백화점에서 신발 파는 코너에만 가서 보고 오는가. 자의든 백화점 구조상이든 간 김에 옷도 구경하고 가전제품, 책, 먹을거리 등 다양한 것들을 구경하고 온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조금 서두르며 여러 곳을 둘러볼 것이다. 결국 하나만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에.


두 번째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동유럽 여행 시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갔는데 처음 체코에서 본 건축과 거리가 아늑함과 특유의 포근한 예스러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프라하 내 도보에서 걸을 때 땅이 대부분 돌로 촘촘히 붙어져 있어 바퀴가 달린 캐리어를 끌 때면, 주변 사람이 주목할 만한 달그락 소리와 함께 이번 여행 후면 이 캐리어와 함께하지 못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그 프라하의 옛 느낌이 좋았다.


프라하에서 3일 머물다 다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갔을 때 봤었던 건축들은 예스러움보다는 어느 정도 세련된 느낌이 들었고, 비교적 신식 건축들이 많이 있었다. 단편적으로 프라하에서 본 건물들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보다 전에 지어진 느낌이 들었다. 건축사나 세계사에 문외한이지만 내 나름대로의 느낌은 비교하여 간직할 수 있었다.


음식을 생각하면 프라하에서는 달달하고 귀엽게 생긴 '뜨레들로', 맛있는데 양이 많아 다 먹지 못했던 한국식 족발의 '꼴레뇨'가 떠오른다. 비엔나에서는 송아지 고기를 얇게 두들겨 펴서 빵가루에 묻혀 튀긴 '슈니첼'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데, 소스가 필요 없을 만큼 간이 잘 되었고 식감이 부드러워서 잊히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각 나라와 음식은 내면의 여행 기록부에 담겨 있다.


무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를 늘리거나 한 나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적당선에서 여러 곳을 여행한다면 각 나라에서 주는 다양함이 자신만의 추억 서랍 안에 질서 정연하게 간직될 것이다. 문화, 음식, 건축 등 자신이 느낀 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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