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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드로잉의 다양한 시도

아크릴화 위에 펜 드로잉(프랑스를 담다)

by 조용희

펜 드로잉 할 때 주로 종이 위에 그린다. 가끔 드로잉을 마친 뒤, 색연필이나 수채화로 색을 입히기도 했다. 한 날은 SNS에서 밑바탕을 수채화로 차분히 채색하고 그 위에 펜 드로잉 한 것을 봤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검은색, 흰색의 조화로 담아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색들과 어우러져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보통 펜 드로잉과 수채화의 조합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펜 드로잉 후 수채화를 하거나 수채화를 먼저 하고 펜 드로잉 하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 그림을 다 그리고 포인트를 주고 싶은 곳이나 전체적으로 색을 입힌다. 후자의 경우, 전체적인 느낌의 배경 톤을 설정하고 그 위에 그리고자 하는 것을 펜으로 담는다.


모두 저마다의 느낌이 있지만 접하지 못했던 표현법이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배경색을 칠한 뒤 펜 드로잉 하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쉽게 예를 들면 늘 하얀 종이 위해 그리던 것을 색지 위에 그린다고 보면 되는데, 그 색지가 한 가지 색이 아니다. 수채화로 진하기를 조절하고 다양한 느낌의 색감을 입힌다.


에펠탑 아크릴 위 펜드로잉.jpg 파리의 '에펠탑' (2018)

수채화 위에 펜 드로잉을 해보려다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예전부터 아크릴화, 유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캔버스 위에 아크릴화로 색감을 입힌 뒤 펜으로 그리면 어떨지 궁금했다. 수채화라면 종이에 물감을 붓으로 칠하고 말린 뒤 그리는데, 붓칠 하지 않은 종이에 그리는 것과 질감의 차이는 크게 없다. 종이에 다 스며들기 때문에.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면 캔버스 자체의 질감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입체적이고 매끄러운 아크릴 질감까지 더해진다. 이 위에 펜 드로잉을 하면 또 어떤 느낌일까.


가로 세로 150mm x 150mm짜리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도 함께 산 뒤에, 프랑스 국기 배경으로 에펠탑을 담고자 했다. 국기 특성상 가운데가 하얗다 보니 에펠탑을 그리면 또렷하게 보일 수 있을 거 같았다.


우선 아크릴로 파란색, 흰색, 빨간색을 이용하여 캔버스 위를 칠했다. 덧칠할수록 입체감과 질감이 더해져 갔다. 더욱 쌓여갔고 울퉁불퉁해졌다. 밑바탕을 모두 칠하고 자연 건조로 말린 뒤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로 에펠탑을 그려나갔다. 반질반질한 종이 위가 아닌 울퉁불퉁한 표면 위에서 그리니 색다른 느낌이었고 흥미로웠다. 펜 잉크가 아크릴 물감 위에 스며들지 않아서 그리면서도 번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펜으로 완성하고 보니 만족스러웠다. 새로운 시도에 성공해 서였기도 하고 프랑스의 국기와 프랑스 파리의 대표 랜드마크가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서였다. 이를 계기로 동일한 표현법인 아크릴 물감 위에 펜 드로잉을 더 그리게 되었다. 파리의 '사크레 쾨르 대성당'과 '개선문'이다.

사크레쾨르 대성당 아크릴 위 드로잉.jpg 파리의 '사크레 쾨르 대성당' (2018)


개선문 아크릴 위 드로잉.jpg 파리의 '개선문' (2018)


'드로잉'이라는 범주 내에서 다양한 소재들과 어우러져 표현한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아크릴화에 펜 드로잉을 응용했던 것과 같이 또 다른 시도를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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