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꿈이 '발명가'였다. '발명'은 편리함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레고 만들기를 좋아했고 설명서 보고 만들기보다 그냥 내 손이 가는 대로 차, 비행기, 집 등을 만들곤 했다. 손으로 아무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자연스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워서 레고를 이리저리 조합하면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올해 2월 초, 조카집에 놀러 가서 함께 레고를 만들었다. 조카를 위해 멋진 것을 만들어 주겠다는 명분으로 내가 더 즐겁게 조립했다.
돌이켜 보면 '정해진 틀'로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좋아하는 대로 생각대로 하고 싶은 대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미술학원 다닐 때는 지점토나 찰흙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물이나 공룡을 만들었던 것, 골판지를 말아서 목공풀로 접착해 꽃이나 액자를 만들었던 것(짜낼 때는 흰색이지만 굳으면 투명색으로 변하는 풀), 조각칼로 검은색 고무판 위를 파고 잉크를 칠하고 종이를 찍어냈던 것(고무 판화)등 손으로 직접 만지며 흥미를 느꼈던 초등학생 시절의 추억들이 생각난다.
설명서 없이 만들어본 레고
어렸을 때 추억에 젖어 여담이 길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 돼가면서 점차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뒤늦게 드로잉을 하게 되었고, 아트마켓에 참여하면서 굿즈들에 관심을 갖고 제작했다. 주로 그림을 스캔한 걸로 제작되어 있던 굿즈에 접목하는 방식이라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외 굿즈 자체로는 손이 덜 갔다. 문득 손으로 무언갈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 졌다. 검은색 폰에 투명색 케이스다 보니 심심했다. 그렇게 '스마트폰 케이스 꾸미기'를 하게 되었다.
준비물이 그리 많지 않다. '투명 쫄대 파일의 투명한 부분'은 스마트 폰 자체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기 위해서인데, 마음이 바뀌어 떼고 싶을 때가 분명 온다. 폰에 스티커 잔해들이 묻어 떼는데 다가올 스트레스 발생 방지 대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를 응용하면 다양한 케이스를 표현할 수 있다. 마치 에어팟에 다른 케이스를 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처럼.
폰케이스 꾸미기 준비물
첫 시작은 아무래도 투명케이스에 딱 맞아떨어지는 투명 파일 크기 맞추기다. 자로 길이 재보고, 케이스 뒤에 넣어보면서 크기를 맞춰 잘랐다. 다음은 '카메라 렌즈 위치에 맞춰 뚫기'다. 애초에 제대로 못 잘라서였을까. 케이스에 대보니 투명 파일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래서 움직일 때마다 라인을 맞춰 그렸다(아래 빨간색, 초록색 펜 표시). 여기서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려짐을 막기 위해 두 라인에서 안쪽만 도려내는 것이 핵심이다. 어떻게 움직이더라도 카메라 렌즈, 라이트를 가리면 안 되니까.
케이스 틀에 맞는 투명 파일 자르기
투명 파일이 완성되었다면 반은 했다라기보다 이제 시작이다. '스티커를 그림에 맞춰 자르기'를 해야 한다. 그림의 형태의 맞게 스티커가 제작된 것이 아니므로 일일이 가위로 선을 맞춰 잘라야 한다. 아래 사진처럼. 지나서 하는 말이지만 손이 정말 많이 갔다. 무엇이든 쉬운 건 없나 보다.
드로잉 스티커 가위로 오리기
그렇게 하나하나 자른 스티커들을 붙여야 하는데 빽빽하게 채우고 싶어서 자르는 것마다 어디 위치에 놓으면 빈틈이 없이 채울 수 있을까 생각했다. 테트리스 게임하듯 이리저리 각을 재보면서 붙여나갔다.
투명 파일위에 드로잉 스티커 붙이기 1
투명 파일위에 드로잉 스티커 붙이기 2
어렵게 스티커들을 크기에 맞춰 자르고, 꽉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돌리고 움직이며 스티커를 붙인 끝에 '스마트폰 케이스 꾸미기'를 완성했다.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것에 대견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다가왔다. 물론 손이 조금 저리긴 했지만 그래도 집중하면서 즐겁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DIY (Do It Yourself) 여러 아이템에 접목해볼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에 장착한 케이스
준비물을 놓은 순간부터 폰케이스에 끼워 폰에 장착할 때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 결코 시간이 짧진 않았고 그렇다고 길지만도 않았다. 처음이다 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린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다음에도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해볼까 한다. 지금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무 액자' 만들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