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파리 여행 중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리다
작년 8월 말, 파리에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주로 영국 런던에서의 여행이었기에 중간 2박 3일, 다소 짧고도 긴 시간 동안 파리에서 여행했다.
2016년도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도 파리에 갔었는데 그때는 1박 2일만 머물렀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파리하면 떠오르는 것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이 세 곳만 보고 왔다. 그래도 루브르 박물관 안에서 ‘모나리자’까지는 볼 수 있었다. 아니, 시간이 촉박해서 ‘모나리자’만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전시실 안 한편에 모나리자만 위치해 있었지만 그 어느 작품들에서보다 사람이 많이 북적였다. 학교 다닐 때 미술책에서만 봤던 ‘모나리자’를 실제로 보니 신기했지만 큰 감동까진 오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작품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았던 기억만 남았을 뿐.
2박 3일이라는 파리 여행 일정에서 박물관 혹은 미술관을 한 곳만 볼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지난번에 가지 못했던 노트르담 대성당,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몽마르뜨 언덕, 몽셀미셀 등등.. 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하루 더 있었다면 몽셀미셀을 꼭 가서 그림을 담고 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지 못했던 장소인 몽셀미셀을 제외하고는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물론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은 당연히 다시 갔다. 루브르 박물관 안에 입장하진 않았지만.
‘다시 한번 가본다’라는 것은 이전 추억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해주는 방법이다.
둘째 날 일정은 오르세 미술관 관람과 몽마르뜨 언덕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버스 타고 근처에 내린 뒤 걸어서 오르세 미술관에 이르렀는데, 어떤 여성분들이 설문지를 들고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으면서 에워쌌다. 기부에 관한 서명을 하면 돈을 내야 한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봤던 터라, 당황하지 않고 영어 할 줄 모른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빠져나왔다. 조금 무서웠다.
평일이어서 줄이 길지 않았고, 표와 오디오 가이드를 구매해 본격적으로 작품들을 감상했다. 처음에 '자유의 여신상'을 시작으로 흥미를 갖고 하나하나 작품을 봐갔다. 오전 열한 시부터 관람을 시작했는데, 최대한 열심히 봤지만 다 못 보고 나왔다. 오후 네시까지 다섯 시간 동안 봤는데 다 못 보고 주요 화가들의 작품들, 흥미가 가는 작품들만 감상했다.
조르주 쇠라, 클로드 모네, 마네, 밀레, 반 고흐, 고갱, 앙드레 드랭 등 (1850~ 1900년대 작품들 위주) 여러 작품들을 다 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다.
짙은 푸른색으로 거칠고도 부드럽게 붓터치 한 어두운 밤하늘과 론 강가를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그 주위에 밝게 빛나는 별 그리고 잔잔히 물결에 흩어지는 빛의 표현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작품 주위는 낮이라 환했지만, 작품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밤이 된 듯했다. 붓 터치를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이리저리 바라봤다.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이 작품을 보고 또 보고 다른 곳 보다가 아쉬워서 다시 와서 한번 더 봤다. 그만큼 너무나 좋았던 그림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기념품 가게에서 '별이 빛나는 밤'의 굿즈였던 엽서, 열쇠고리, 마그넷을 여러 개 샀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고 혼자 생각해본 뒤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을 듣다 보니 힘에 부쳤고 다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두 시간째 이후부터는 보고 싶은 것들만 봤다. 그래도 총 다섯 시간가량 작품들을 봤다.
오르세 미술관 하면 유명한 것이 바로 '시계'다. 5층에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시계 앞에서 프로필 인생 사진을 건진다. 사람들이 없는 시계만 찍기 쉽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사진 찍기 바쁘고 또 서로 찍어주며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사진으로 가까스로 담았고 그림으로 내 추억을 덧 입히고 싶어 졌다.
그림을 그릴 곳이 필요했는데, 서서 직접 보며 그리기엔 사람이 이동하면서 순간순간 가려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서 사진을 보며 그리려 했다. 1층 카페에 가니 줄지어 사람들이 있었고, 장소도 크지 않아 배제했다. 설령 들어가더라도 커피 마시면서 그림을 그리기엔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민폐인 것도 한 몫했다.
밥을 먹어야 할 겸해서 5층 식당을 찾았는데, 오후 네시 경이다 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딱 여기다 싶었다. 닭고기 볶음요리과 밥이 있는 메뉴인 chicken with rice 와 맥주를 시키고 음식이 올 때까지 열심히 오르세 시계를 그렸다. 밥을 다 먹고 맥주는 남긴 채 다시 그림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시나 뒤에 사람들이 기다릴 수 있으니 비켜줄 생각으로 대기줄을 흘끗 쳐다보면서 드로잉을 마무리해갔다.
옆자리에 한 노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었고 그릴 때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무 말도 걸지도 얘기도 하지 않았다. 다그려 갈 때쯤, 부부는 일어나서 가려는데 나를 보고는 엄지를 치켜올려주며 미소를 짓고 떠났다. 넘겨짚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림 그리는데 방해가 될까 봐 아무 말도 걸지 않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행동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