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부산 서면에서 아트마켓을 할 예정이었다. 여건 상 매주 할 수 없기에 한번 날을 잡을 때면 토, 일요일 연속으로 진행하려 했다. 야외에서 마켓을 하는 거라 날씨에 따라 진행 여부가 달라지는데, 예기치 못하게 비가 와서 취소되어 아쉬운 마음으로 아트마켓 취소를 SNS에 공지했다. 이후에 대학교 한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엽서를 사기 위해 가려고 했는데 취소돼서 못 가게 되어 아쉽다고.
엽서를 사려고 한 이유는 해외여행 가는데 엽서에 그려진 곳을 방문한 날. 그 엽서 뒷면에 일기를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여행의 순간을 더욱 의미 있게 간직하고자 한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마켓에 와서 엽서를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편으로 배송해주는 것이었다. 엽서 값 대신의 조건은 엽서와 여행지를 한 번에 담은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후배는 엽서를 무사히 받고 해외로 떠났다.
몇 달이 지나고 겨울, 파리에서 여행 중이던 후배는 사진과 의미 있는 글을 보내왔다.
후배가 보내준 파리의 '에펠탑'
후배가 보내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후배가 보내준 파리의 '개선문'
"엽서를 보고 어디서 본 그림을 그렸을까 하며 찾아다니니까 여행이 더 재밌어졌어요" , "그림이든 글이든 느낌을 남기는 것이 참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앞으로 제 방식으로는 어떻게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네요"라는 소중한 말들을 건네 왔다.
여행을 추억하는 방법의 엽서를 만든 것은 그림을 그린 나였다. 그러나 그림을 통해 만든 엽서가 매개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도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에서 매력을 느꼈다. 아트마켓에 참여하고 굿즈를 고민하고 만드는 것에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던 계기가 되었고 어떻게 보면 내가 하는 것들에 응원과 위로를 받는 것만 같았다.
후배의 말들을 계기로 파리, 런던 여행지를 나의 엽서들과 함께 다시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2019년 8월, 엽서에 담긴 곳과 실제 배경을 나만의 각도로 다시 담아왔다. 재밌고 즐거웠다.
'엽서에 담긴 여행지 그림을 찾아 직접 방문해서 찾고 엽서와 풍경을 한 번에 사진으로 담는 것'
의미 있는 여행 추억 법이라고 혼자 생각했던 것이 모두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꼭 드로잉 엽서가 아니더라도 여행지에 가면 파는 엽서들로도 사진을 찍으며 자신만의 여행을 기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매체를 찾아서 여행지와 함께(예를 들면 레고 캐릭터, 인형 등) 담아낸다면 본인의 여행이 더욱 의미 있고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