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가서 일기 쓸 때, 글로 길게 써 내려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눈에 어디를 다녔는지 볼 수 있으면 어떨까. 글로도 당연히 써내려 가지만, 훗날 여행 코스를 다시 보고 싶거나 중요한 루트들을 우선으로 찾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인데, 앞쪽에 요약해서 그날의 동선과 있었던 일을 간략히 써두면 좋겠다 싶었다.
보고서나 중요한 글을 볼 때도 요약한 것이 있듯이, 일기 속 다른 코너로 그날 일을 한 페이지에 나타내려 했다. 그날 여행했던 동선을 기준으로 봤던 것들, 먹은 것들을 간단히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시간과 장소 및 음식, 사용한 금액 등을 적었다.
테이트 모던의 어느 카페 노트에 일기를 쓰는 것은 뒤 편에서부터 쓰고 앞쪽에는 미리 몇 페이지 가량 비워뒀다. 비워둔 페이지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으로 채워졌다. '런던 테이트 모던에 가서 그림을 그렸을 때가 언제였고 어느 정도 있었지?' 궁금해할 때면 일기 노트를 꺼내 들고 앞에 날짜별 하루에 요약했던 것을 보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타워브릿지에서 버러 마켓을 지나 테이트 모던까지 걸어갔었고 약 2~3시간 테이트 모던 카페에 앉아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2~3시간가량 앉아서 그림 그렸는데, 한 음료로 오래 있는 것은 민폐라 생각해서 두 잔을 마셨구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하루에 어떤 동선으로 이동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것에 지출했고 하루에 얼마나 썼는지 단번에 파악되었다. 글로만 쓰여있는 것보다 확실히 간단하고 빠르게 습득되어 편리했다.
2019년 8월, 유럽 여행했을 때 요약했던 일기
2019년 8월, 유럽 여행했을 때 요약했던 일기
여행을 하다 보면 일기를 꼬박꼬박 다 쓰기로 다짐하지만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몸이 너무 힘들어서 못 쓰는 경우가 생긴다. 뒤늦게라도 쓰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한 페이지에 요약'해서 그때 있었던 순간을 간직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