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림 그리는 이유 중에서 '성취감'은 빼놓을 수 없다. 드로잉 완성한 뒤에 그림을 볼 때면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지금껏 그리고 있나 보다.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 일기 노트에 그리거나, A4 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그림 노트에 드로잉 하곤 했다. 그림은 집 책상에서도 그리지만 주로 카페에서 그렸다.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드로잉을 시작하면 중간중간 멍하니 가만히 있기도 하고 폰을 보기도 하며 힐링을 한다. 이후 그림에 몰두하면 약 2시간 내로 끝낸다. 만약 2시간 넘어가게 되면 자리를 축내는 것 같아 음료 한잔을 더 시킨다.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면 그날 완성을 해서 끝내고픈 마음이 강했다. 한번 그리기 시작해서 끝내면 힐링과 성취감을 한 번에 강하게 받을 수 있으니깐.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의 종이에 그림을 그렸고 한 자리에서 끝내고 일어서곤 했다. 주로 카페 내에 풍경을 그리거나, 사진으로 담은 풍경들을 담아냈다.
카페에서 드로잉 (2017)
물론 작은 크기의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다. 가끔 그리고 싶은 풍경에 따라 평소 그리던 것보다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해서 A4(210 x 297 mm) 용지 크기의 그림은 물론 A3(297 x 420 mm) 크기의 그림도 그렸다. 확실히 시간은 오래 걸렸다. 원래 두 시간 남짓 그려 끝내곤 했는데 종이의 크기가 커질수록 날이 많이 지나야 했다. 물론 하루에 3~4시간 이상 자주 그렸다면 더 단 기간에 완성할 수 있었겠지만, 개인 사정이란 것이 있다 보니짧은 기간 내에 다 그릴 수 없었다.
그림의 진도는 자연스레 더뎌졌다. 매번 그림은 그리는데 최종적으로 돌아오는 성취감이 덜했다. 며칠에 걸쳐서 완성된 그림을 볼 때면 작은 그림을 그릴 때보단 확실 히 더 큰 뿌듯함이 다가왔다. 그래도 그리는 그날그날은 아직 많이 남았구나 하는 막막함도 어느 정도 있었다.
작년 영국 여행을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보고자 마음을 먹었고 내가 사진으로 담은 런던의 버킹엄 궁전을 올해 1월 말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A3 크기의 그림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언제 다 그릴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솔직히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다 그리고 난 뒤에 다가올 큰 성취감, 만족감을 위해 틈 날 때마다 그려나가고 있다. 현재 4월인데 글의 배경 사진까지 밖에 못 그렸다. 약 60% 정도. 중간에 쉬었더니 하염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내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 늦어진 건 결국 핑계이므로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