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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여행 가서 하고 싶은 일

일상의 일탈을 꿈꾸다

by 조용희

작년 어느 날이었다. 한 카페 사장님과 여행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여행 가서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질문을 하셨다. "유럽으로 여행 가서 많은 곳을 걸어 다니며 둘러보고 그림도 그리고 싶어요"라고 소박하지 않은 바람을 나열해 나갔다. "여행 가서 하고 싶은 일은 현재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생각날 만큼 강력했다. 나조차 몰랐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놀랐다.


그 뒤로 내가 예전에 여행 가서 하고 싶은 것이 뭐였을까 되돌아봤다. 대학생 때 여행 가서 하고 싶었던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학생 본분(?)으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했지만 그 외에 못했던 것이 바로 '해외여행 경험'이었다. 태어나서 20년 넘도록 한국에서 멀리 벗어난 적이 없는 나로서는 TV에서 해외 여행지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대학생 시절이 지나고 직장인으로서 여행을 가고 싶은 이유, 하고 싶은 것들이 다양한 듯했지만 나에겐 결국 하나였다. '잠시나마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나'라는 사람의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로그아웃하는 것,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나 또한 아무도 찾지 않는, 어떻게 보면 무서울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그러고 싶은 상태.


하루는 일상에 지쳐서였는지 피곤함의 연속이었던 날이 있었다. 보통 해외여행을 하면 많이 걸어 다니며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보다 그냥 호텔에 하루 종일 누워있고 싶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하루 종일 누워 쉬지 못했기에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고 '휴식'이 절실했다는 신호였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오니 일상에 다시 돌입할 에너지가 채워져 있었다.


여행 가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여행이 결국 본인의 결핍된 상황을 해결해 준다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언젠가 다시 유럽으로 떠나 커피를 마시며 그림 그리는 날을 기대해본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의 어느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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