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아메리카노 마시는 이유

커피맛은 모르지만 맛있는 아메리카노

by 조용희

나는 커피에 대해 잘 모른다. 아메리카노는 진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만든 것, 라떼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어서 만든 것까지만 알 뿐 커피의 역사나 맛을 느꼈을 때 어떤 것이 잘 볶은 원두인지, 맛있는 것인지 맛없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마시고 있다. 그것도 시원하고 아주 맛있게. 아이러니하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더울 때 수업 들으러 강의실로 가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거나, 친구와 간단히 보는 약속이 있을 경우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곤 했다. 카라멜 마끼아또와 같은 커피는 너무 달달한 나머지 건강에 위협이 될까 봐 걱정돼서 상대적으로 덜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처음엔 쓰기만 하고 맛도 없다고 느꼈던 아메리카노를 자꾸 마시다 보니 익숙해지다 못해 당연시되었다.


요즘 카페에 가는 것은 커피만 마시기보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게 주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것'말이다.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곳, 과제를 할 수 있는 곳, 공부할 수 있는 곳,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곳 등 카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나는 혼자 카페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도 마시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면 그만한 힐링이 없다.


나에게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곧 힐링하게 된다는 것(커피 + 그림 or 글 → 힐링)이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꼭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책상에 두고 마시며 일과를 시작한다. 일 자체가 힐링은 아니겠지만 커피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조금이나마 기분을 좋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활력을 불어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아직도, 여전히 아메리카노에 대한 맛은 잘 모른다. 다만 카페에 가서 고소한 맛, 과일 풍미의 산미 향 중에 고르라고 하면 고소한 아메리카노를 선택하고 그 맛의 구분은 가능하다.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


영국 런던에 가면 꼭 가서 맛봐야 하는 곳이 '몬모스 커피'라 하여 작년 여행 갔을 때 마시러 가봤다. 시간상 여건이 되지 않아 아이스 라떼를 테이크 아웃해서 마셨는데, 그저 아이스 라떼였다. 당연히 맛있었지만 큰 울림까지 오진 못했다. 감동까지 느끼기에는 아직 멀었나 보다.


그래도 커피 마시는 것이 좋다. 또 카페에 가야겠다 힐링하러.


몬모스 커피.jpg 영국 런던 코벤트 가든의 '몬모스 커피'


몬모스 라떼.jpg 영국 런던 코벤트 가든의 '몬모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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