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주는 강한 힘
작년 11월이었다. 직장으로 인해 수원에서 지내는 친구들과 보기 위해 올라갔다.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오랜만에 보는 것인데 그냥 대학생 시절 학교 앞에서 술 마시는 듯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가까워진 친구들과 함께 술 마시다 '콜라 얘기'가 나왔다. 학교 다닐 때부터 코카콜라를 좋아했던 친구 L이 역시 콜라는 코카콜라라고 얘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시절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수업 들을 만큼 많이 좋아했다. 곰곰이 듣던 다른 한 친구 K는 콜라는 펩시콜라가 더 맛있다고 하며, 블라인드 테스트하자고 얘기했다. 어떤 콜라가 더 맛있는지 이전에, 콜라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에 의기양양했던 L은 흔쾌히 맞추기 게임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콜라 종류 맞히기' 게임은 시작되었다.
준비물은 코카콜라, 제로콜라, 펩시콜라 그리고 테스트를 하면서 입안을 깨끗하게 해서 새로운 맛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물도 준비했다. 장소는 카페였는데 각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1인 1 음료를 했다.
한 명씩 시험을 치를 때, 두 명이 정답지를 적어 놨고 1번부터 5번까지 종이컵에 콜라 소량을 담아 뒀다. 코카콜라는 K, 펩시콜라는 P, 제로콜라는 Z로 표기하여 각자 순서대로 느낀 맛의 정체를 적어 나갔다. 제로콜라는 솔직히 생각보다 구분하기 쉬웠다. 뭔가 탄산이 약한 느낌 평소 햄버거 먹을 때 함께 먹던 콜라보다는 강한 느낌이 덜했다. 말 그대로 '제로 슈가' 였기 때문에.
나와 친구 K는 5문제 중에 2개씩 40%의 정답률을 갖고 마무리했다. 이때 나도 모르게 더 맛있는 것은 '코카콜라'라고 인식했다는 것에 놀랐다. 스스로 더 맛있다고 느낀 것을 '코카콜라'라고 스스로 규정해버렸다. 근데 실제 더 맛있다고 느꼈던 것은 개인적인 판단이었지만 '펩시콜라'였다.
마지막 콜라 맞추기에 가장 자신 있고 코카콜라를 더 좋아한 L에게 정확하게 몇 잔으로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주로 코카콜라로 많이 배정했다(아마 네 잔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코카콜라는 한번 맞추고 나머지 펩시콜라라고 판단했지만 모두 틀렸다. 결국 다섯 문제 중에 한 문제만 맞혔다. 그리고 그는 패배를 인정하며 "어디 가서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당분간은 콜라 마시지 않겠다"라고 했다. 친구 L은 많은 수치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나 역시도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고 인식했었다. 왜 그럴까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코카콜라가 갖고 있는 신비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떠올랐다. '코카콜라를 만들 수 있는 하나뿐인 비밀 제조법은 두 명밖에 모르며, 비행기를 탈 때도 두 사람이 동시에 타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혹시나 비행기가 사고 난다면 아무도 그들을 대신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단순 이야기며 실제와 다를 수 있지만 충분히 신비롭고 흥미로웠다. 그 자체만으로도 더욱 끌리게 되었다.
'한정판'이라고 하면 보통 많은 사람들이 평소보다 더 관심을 갖고 열광한다. 한정판이라는 것 자체가 수량을 제한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없고 이는 곧 희소가치가 높아지니 많은 이가 흔히 갖지 못하는 것에 우월감이나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코카콜라 제조 비법 이야기는 해당 비법을 알고 있는 사람을 '한정'해 버리면서 신비감과 희소가치를 더욱 증대시켜주었다. 실제 코카콜라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마케팅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제품이 갖고 있는 이야기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지, 찾게 만들어지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
'1인 미디어', '1인 브랜드'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거짓되거나 과장 없는'나만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