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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런던 '빅벤' 드로잉

파스텔을 이용하여 빅벤 그리기

by 조용희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영국 여행'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태 그린 그림들 중에서 '빅벤'이 제일 많다. 처음에 소위 '볼펜 똥'이 나오는 학창 시절 주로 썼던 펜으로 그려보기도 했고, 현재도 사용하는 스테들러의 '피그먼트 라이너'로 그린 그림, 펜화 위에 수채화로 색을 입힌 그림, 수채화 위에 펜으로 빅벤을 담은 그림,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워 넣은 빅벤 그림까지. 나열하며 쓰면서도 참 많이도 그렸다.


빅벤을 그토록 많이 그린 이유는 '정교함, 깔끔함 그리고 완벽함'이 아닐까 싶다.


런던의 중심 기차역 중 하나인 워털루 역에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런던 아이가 나오고 곧 빅벤이 보인다. 지금은 빅벤 공사 중이라 전체 아름다운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직접 봤었던 2016년의 빅벤 모습을 잠깐 떠올려 보자면 멀리서부터 나를 압도했다. 그 자체로 주는 존재감이랄까. 무언가에 홀린 듯 자연스레 가까이 가서 보고 싶게 되고 높다 보니 한참을 우러러 쳐다봤다. 금빛의 빅벤은 섬세함과 정교함의 끝이었다. '어떻게 만들 수 있지'라는 질문만 되뇔 만큼 완벽함 그 자체다.


빅벤 공사 (2019.08 )


빅벤은 어디서 바라봐도 주위의 어느 건물과도 잘 어울려 그림으로 담기에 좋다. 빅벤이 담긴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각각 보는 위치가 달라 모두 다른 풍경이다. 음식으로 비유를 굳이 표현해본다면 밥을 먹을 때 다양한 반찬, 조합들이 있어도 그중에서 '김치'가 빠지지 않듯이 빅벤도 내게 그런 '김치'같은 존재다. 크게 그려지든 작게 그려지든 '빅벤'이 있음으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랜드마크여서 '빅벤'을 대단히 보는 것보다는

'빅벤'이 대단하기 때문에 당연히 랜드마크구나 싶다.


내가 찍었던 사진 혹은 주변 지인으로부터 빅벤이 담긴 아름다운 사진을 공유받곤 했다. 오랜만에 빅벤을 그리고 싶어져 공유받았던 사진을 다시 보니 바로 그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평소 런던아이 쪽 템즈강 부근에서 바라본 모습만 그렸다면 이번엔 반대쪽이었다. 웨스트 민스터 역 주위에서 담은 빅벤의 풍경인데 양 옆의 건축들로 균형이 잡혀있었다.


호기롭게 다른 느낌으로 그려보고자 힘을 조금 빼고 연필 스케치 없이 펜으로만 그려나갔다. 세밀한 듯 세밀하지 않게 그리려 노력했다. 그러면 내가 몰랐던 또 새로운 느낌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런던의 빅벤 드로잉 과정


그렇게 차곡차곡 선들을 쌓아가면서 빅벤 풍경을 완성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그 자체로도 나름의 느낌이 있었기에 끝내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써보지 못한 '파스텔'을 사용하면 어떨까 고민하게 되었고 실수하거나 좋았던 느낌이 사라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기에, '색연필''파스텔 펜슬'을 사용하여 추가로 그리기 시작했다.


런던의 '빅벤'

빅벤과 주변 건물들에 일부는 색연필을 사용하여 채색하고 도보와 차도에는 파스텔 펜슬을 이용했다. 어렸을 때 네모난 직육면체 형태의 파스텔을 칼로 그어내 가루를 흩뿌린 뒤, 손으로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도 '손'을 이용했다. 크게 색이 칠해져야 하는 부분에는 파스텔을 묻히고 이내 손으로 진하기를 조절했다. 어렸을 때 파스텔로 그림을 그렸던 때로 돌아가는 느낌이 아주 잠시나마 들었다.


런던의 빅벤 (2018. 12)


그렇게 파스텔로 강약을 조절하여 마무리한 빅벤을 완성했다. 확실히 평소 사용하지 않은 파스텔을 사용해서 그린 그림이라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아늑함의 느낌을 더욱 극대화해주었다는 표현이 맞는 듯하다.


그렇게 완성한 그림을 스캔하여 엽서로 만들었다.


2019년 8월 , 하계휴가로 영국에 갔을 때 실제 풍경을 찍은 위치가 어딘지 찾고 이내 엽서와 실제 풍경을 사진으로 한 폭에 담았다. 빅벤 공사 중이라 모두 담을 수 없었지만 공사 중이면 또 어떤가. 2019년의 그 순간을 담은 것이기에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아니 깊다. 빅벤 공사가 끝나고 또 영국에 갈 것이라 생각하니 하나도 아쉬울 게 없었다. 다시 영국으로 여행 갈 수 있을 날을 기대해 본다.


빅벤 엽서와 실제 빅벤 (201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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