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직장인으로서 쓰고 싶었던 글
직장에 다니며 모두가 취미를 할 수 있을 거라 여긴 짧았던 생각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던 중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한창 고민할 때였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글을 매주 써나가면서 '직장인이 회사 다니면서 취미를 꾸준히 하여 성장하는 글'을 막연하게 머릿속에 품었다.
예전은 물론이고 지금도 '퇴사'를 키워드로 한 책들이 인기 많다. 누구나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고 할 만큼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꿈꾸는 퇴사. 주로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여행을 떠나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이야기,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직업으로 하는 그런 '퇴사 이야기'를 좋아했다. 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이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고 그런 사람들은 어떤 계기가 있는지, 어떤 의미를 찾아가는지 궁금함이 커서 더욱 찾곤 했다.
사람들이 찾는 '퇴사'관련된 책에서 반대로 직장인들이 '퇴사'하지 않고 다니며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글을 쓰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 혹은 묵묵히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글이라면 흥미로울 것이라 자신했다. 일이 물론 힘들고 퇴근 시간이 늦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활력을 찾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은 책.
결과적으로 내 생각이 아주 짧았고 심지어 건방지다고 까지 느꼈다.
내가 '퇴사하지 않고 의미를 찾는 글'을 생각할 당시를 되돌아보니, 입사 3년 차 말쯤이었다. 같은 업무를 하는 데에 있어 든든한 선배님과 후배님이 함께했다. 일을 배운 지 시간도 많이 지났기에 익숙함도 어느 정도 있었고 힘들면 도와줄 선후배까지 있으니 할만했나 보다. 처음 입사했을 때 우여곡절이 많고 힘들었던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올해 초에 기존과는 조금은 다른 업무를 하게 되었고 함께했던 선후배님과 떨어지게 되었다. 4년 차로 접어든 상황이었지만 처음에는 '멘붕'이었다. 입사 1년 차로 돌아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일이 쉽지 않았고 어느 정도 힘듦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결국 여유가 없어 퇴근하고도 다른 것을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일 끝내고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때 느꼈다. 나는 참 건방진 생각을 했구나. 내 주제도 모르고.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행복함을 찾기 위해서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당시 몰려오는 업무에 정신이 없어 화장실 가더라도 카카오톡을 보고 답장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물리적인 시간은 있지만 내키지 않았다. 내켜지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이후 서서히 적응해가고 난 뒤 여유가 생겼을 때 가능하게 되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 중 일부는 본인이 제일 고생했다고 한다. 혹한기 훈련을 며칠간 했다는 것, 행군을 40km씩 자주 했다는 것, 선임이 이상한 사람이었기에 군생활 힘들었다는 것 등 각자 힘들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줄줄이 풀어낸다. 공감해줄 순 있지만 누가 더 힘든지 순서를 매겨줄 순 없다. 함께 경험해본다면 순위를 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남이 한 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겪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치로 말해줄 수 없다. 설령, 절대적인 힘듦의 수치를 객관화한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이 받는 정도는 다르기 때문에 결국 무의미하지 않을까.
간단한 예로 A라는 상사가 똑같은 말의 잔소리로 B, C, D에게 한다고 했을 때 기분 나쁨의 정도를 1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저마다 다른 숫자를 줄 것이다.
결국 저마다 사람들은 다르다.
내가 쓰고자 했던 '직장인을 위한 글' 은 원점이 되었다. 다시 다른 글을 고민해야 한다. 회사 다니는 이들이 일을 해내고 하루를 싸워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 느꼈다. 일을 하면서 개인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여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활력을 찾으면 좋겠지만 또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가. 나부터 힘내야겠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행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