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알쓸신잡 3(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프로그램을 다시 정주행 해서 보고 있다. 유럽 여행은 가고 싶고, 유럽의 알아두면 쓸데 있을 역사, 이야기, 정보들을 알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이 아주 적합하다. 이탈리아 가기 전에도 알쓸신잡 3 피렌체 편을 보고 갔었고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그때의 추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피렌체'에서 그렸던 그림이 다시 보고 싶어 졌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드로잉 ( 2018 )
2018년 11월 아버지와 함께 이탈리아, 독일로 여행을 떠났다.
솔직히 이탈리아 여행을 추진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이 보고 싶어서'였다. 얼마나 클지, 얼마나 웅장하고 아름다울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그렇게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에서 3일, 피렌체에서 2일을 머물고 독일 베를린에서 여행을 마무리했다.
로마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지나서 피렌체에 도착했다.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점은 고동색 느낌의 갈색 지붕들과 회색과 연한 베이지색의 외벽으로 채워져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고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옷으로 비유하자면, 연한 회색 니트에 고동색 롱코트로 옷 입으면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 보는 것처럼 말이다. 피렌체만이 줄 수 있는 도시 느낌이 더욱 탄탄하게 다가왔다.
여행 오기 전에 당연히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를 봤다. 이 영화에 관심이 갔던 것은 주인공이 피렌체에서 유화 복원사 과정을 수련 중이었다는 것인데 자연히 그림, 미술과 관련이 있던 터라 더 흥미를 갖고 보게 되었다. 영화에 담긴 피렌체의 풍경을 실제로 가서 볼 생각 하니 더 설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재회하는 장면인데, 이 영화 덕분인지 피렌체에 오는 사람들은 두오모 성당에 대부분 오르는 듯하다. 우리 역시도 463개의 계단을 땀 흘리며 올랐다.
여태 유럽 여행을 하면서 비행기나 기차의 경우는 예약을 미리하고 갔지만, 다른 관람할 곳은 예약하지 않았다. 와서 하면 될 거라고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마 콜로세움에 왔을 때 미리 예매하지 못한 탓에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이야. 처음 있었던 일이라 당황스러웠고 다음 여행 때는 이러한 표들도 사전에 알아보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침착하게 피렌체 두오모 성당 오르는 것은 미리 예약을 해둬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피렌체로 가기 전날 로마 숙소에서 예약하고 표를 프린트했다.
피렌체에 도착하고 얼마 걷지 않아 커다란 두오모 성당이 보였다. 그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자세히 보러 나섰는데 자연스레 두오모 성당을 피렌체에서 그리고 싶어 졌다. 나만의 여행 추억을 위해서. 시간적 공간적 여건상 직접 보며 그리기보다는 피렌체 숙소에서 머물며 아침 일과 시작 전이나 잠에 들기 전 틈날 때마다 그려서 완성해 나갔다. 완성되가는 그림을 볼 때면 뿌듯했다.
오후 네시에 두오모 성당 올라가는 티켓을 예약을 해놔서 시간 맞춰 기다렸다가 계단을 밟으며 올라갔다. 금 공예가였던 브루넬레스키가 건축 공모에 당당히 채택되고 난 뒤, 커다란 돔을 어떻게 견고하게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지 감탄하며 올랐다. 본인의 주 종목이 아닌데 말이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바라본 풍경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바라본 풍경
11월 중순의 피렌체에서 오후 네시는 아주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30분 남짓 계단을 오르니 두오모 성당 큐폴라에 다다를 수 있었다. 거기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탁 트인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 게다가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던 시간대라 큐폴라를 돌면서 이곳저곳 풍경들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붉어지며 어두워져 갔다. 낮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에서부터 노을이 지고 어두워져 불빛들이 어두움을 상대로 강하게 밝아 보일 때까지 있다 보니 하루 온종일 머물다 가는 느낌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렌체에 다시 가서 마을 이곳저곳을 더 둘러보고 싶다. 천천히 그리고 담담히 피렌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