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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왜 영국인가(왜 나는 영국을 좋아하는가)

세 번째 영국 여행을 떠나서 얻은 이유 중 하나

by 조용희

왜 영국을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첫 여행지였던 영국은 나에게 ‘신세계’ 였으니까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신세계’라는 말은 말 그대로 새로운 세계를 의미한다. 국어사전에는 ‘새롭게 생활하거나 활동하는 장소 또는 새로운 경치’라고 정의되어 있다. 흔히 주변에서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었거나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들을 했을 때 신세계였다고 말하며 좋았던 순간, 추억을 떠올린다. 이렇듯 신세계란 말은 단순히 경치를 넘어 본인에게 뜻깊었던 일들을 모두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영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신세계, 풀어쓰면 영국 여행에서 잊지 못할 만큼 행복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는데, 첫 여행지가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그곳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을지 궁금해졌다. ‘영국’이란 나라 자체를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인지 ‘첫 해외여행지’라 좋아하는 이유로 자리 잡았는지 계속 물음을 던졌다.


결론적으로는 둘 다 맞다. 즉, ‘영국’이라는 나라가 좋았고 첫 여행지였기에 그 행복함이 배가 되었다. 시너지 효과랄까.


그러나 처음 쓴 '영국 여행', '드로잉'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 이유에서 언급했듯이 ‘왜 영국이 좋은지’라는 질문에 '좋으니까요'란 대답은 충분히 답이라고 해도 될 자격은 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왠지 모르게 김 빠진다.


질문의 답을 찾고자 올해 8월 말 휴가에는 다시 8박 10일의 영국 여행을 택했다(중간 2박 3일은 파리에 다녀왔다) 물론 처음부터 답을 찾기 위해 영국으로 떠날 계획을 한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 영국 여행의 추억을 다시 느껴보고자 가려고 했었고 이참에 나만의 답을 찾아오려 했다.


2015년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40여 일간 영국에서 생활한 것이 첫 여행이었다. 이후 2016년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두 달간 영국 위주로 있으며 중간중간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다녀왔다. 영국 여행을 나름 오래 해봤기에 주위에서는 그리 오래 다녀왔는데 또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데 나에겐 싫지 않은, 해결하고 싶은 숙제였기에 가야만 했다.


이번 8박 10일의 여행 일정은 처음 3박 4일은 타워브릿지 부근에서 머무르고 이어서 2박 3일은 유로스타를 타고 프랑스 파리에 넘어가서 여행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영국 런던으로 돌아와 코벤트 가든 근처에서 3일을 지냈다.


파리 여행을 중간에 배치한 이유는 처음 3일간의 런던 여행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후회하거나 깜빡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기에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다. 계산적인 여행 계획이다.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노팅힐 주말 마켓 할 때 가볼걸’, ‘버로우 마켓에서 파는 음식 먹어볼걸’ 등 아쉬움이 남는 편인 나에게 알맞고 합리적인 여행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히드로 공항에서 오이스터 카드를 사고 Underground에 탑승해 숙소까지 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구글맵이 잘 되어있기도 했지만, 세 번째 영국 여행이라 그런지 익숙했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태서 서울보다 더 편했다.


첫 3박 4일 타워브릿지 쪽에 있을 때 주로 거점이 템즈강을 둘러싼 곳이었고 높은 고층 빌딩들이 위치해 있거나 지어지고 있었다. 영국 여행이 단연 좋았지만 그 당시 한편에 아쉬움이 있었다. 솔직하게 내가 영국을 좋아한다는 것이 진심이었는지 의심 들었다. 그런데 이유 모를 아쉬움은 뒤에 파리 여행 갔을 때 깨닫게 된다.


‘영국의 발전’이었다. 4년 전 처음 런던에 왔을 때,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와 영국에 반한 이유는 옛 건축물들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명소(타워브릿지, 런던 탑, 빅벤, 버킹엄 궁전 등)들뿐만 아니라, 오래된 일반 집들도 벽돌만 색이 변한 채 모든 것이 그대로였던 모습에 매료되었던 것이었다.


런던 탑 앞 벤치에 앉아 그린 더 샤드(2019)


여행 4일 차, 파리에 와서 돌아다닐 때 런던에서처럼 높은 건물들을 보지 못했다. 높은 건물들이라 함은 내 기준에서 최근 지어지는 빌딩 등의 건축물들을 의미하는데, 신 건물들을 많이 못 봤던 것이다. 내가 돌아다녔던 경로 자체에서 안 보였을 수도 있다. 파리를 여행하며 옛 느낌을 많이 받아서 ‘파리도 아주 아름답고 멋진 도시구나, 왜 지난번에 왔을 때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옛 느낌의 영국 건축물들을 내가 좋아했었구나를 깨달았다. 처음 3일간 머물렀던 곳이 유독 주위에 높은 빌딩들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꿍했나 보다. 파리 여행을 하면서 영국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 ‘옛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묘하면서 뿌듯했다.


‘영국, 느리게 걷다’라는 책은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 영국의 옛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보존, 보호하는 운동)를 다루며 영국의 아름다운 옛 유산들을 소개해준다. 아주 오래된 문화유산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반했던 골목골목 숨어있는 옛 모습의 건축물들이 허물어지지 않고 쭉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셔널 트러스트의 범위에 벗어날 수 있겠지만 확대해서 지켜주었으면 한다.


세인트폴 대성당(테이트 모던에서 그린 그림).jpg 테이트 모던 카페에서 바라보고 그린 세인트폴 대성당(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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