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스미스(Paul Smith) 전시회를 다녀와서 배운 것
서울여행을 가면 전시회를 가급적 보려고 한다. 서울에는 아무래도 문화생활을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9월 27일 금요일, 쉬는 날 볼 만한 전시회들이 있는지 검색했다. ‘Hello my name is Paul Smith'라는 문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으로 버버리(Burberry)와 폴 스미스(Paul Smith) 브랜드를 좋아한다. 해당 브랜드 제품들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개씩은 있다. 모두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인데, 영국이라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고유의 패턴’이었다.
‘대일 밴드’가 밴드계의 대명사가 된 ‘대일‘이라는 브랜드처럼 ‘버버리 코트’라는 대명사를 탄생시킨 브랜드 ‘버버리’. 체크 패턴이 깔끔하게 정돈되었으면서도 색감이 정말 아름답다. 베이지 톤의 체크도 이쁘지만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네이비 계열의 체크 패턴을 더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네이비 색깔을 더 좋아하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폴 스미스는 다양한 색을 이용하였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라인 패턴(멀티 스트라이프, multi-stripe)을 시그니처로 내세운다. 멀티 스트라이프는 1997년 영국 소형차 로버 미니의 협업 제안을 받고 장식할 패턴을 고민하던 중 봉에 감긴 실들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주황색 느낌이지만 그 사이사이에 붉은색부터 초록색 계열, 짙은 색등 24가지 색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그는 1981년 한 인터뷰에서 본인의 작업은 늘 영국적인 것을 극대화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했을 만큼 애착을 갖고 영국적인 것(Britishness)을 위해 힘썼다. 멀티 스트라이프는 물론이고 그 외 의류 디자인들도 그 기반이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패턴만으로도 나를 충분히 매료시켰고 갖고 싶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폴 스미스에 호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번 전시를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이번 기회로 전보다는 더 관심 갖게 되었고, 알게 되었고, 배우게 되었다.
이번 전시회를 요약하면 ‘폴 스미스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그의 아이디어들을 엿볼 수 있고 브랜드를 일궈내기까지의 과정과 이야기를 볼 수 있었던 전시’라 할 수 있다. 그가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기까지의 과정 중, 크게 와 닿은 말이 있었다.
‘초창기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문을 열었고 나머지 요일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일을 했다’ 이 대목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에 확신을 얻었다.
그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몰두하지만 생계를 영위할 수 있도록 다른 일도 하며 자본을 충당했다. 나도 좋아하는 그림과 글을 쓰고 있고 이와 관련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스트레스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일을 한다. 나의 경우 직장이 있음으로 인해 오는 심리적, 경제적 안정감으로 하고 싶은 여행, 취미 등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진지하게.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얻은 영감들은 주로 사진에서 많이 왔는데 아마추어 사진가인 아버지의 영향이 그의 감각을 일깨우는데 일조했다. 그는 이미지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카메라와 수첩에 그것을 담고 스케치한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소중한 순간이다.
사물을 관찰하고 이를 담아내는 습관. 정말 매력적이다. 이제는 대부분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누구나 이와 관련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 문제는 꿈이 있는가, 정말 간절한가. 물론 성공한 사례로 성급하게 일반화시켜 열심히만 하면 된다라고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진 못하다. 적어도 그 이상은 해야 자신이 정해놓은 성공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함과 노력은 필수 조건이다.
폴 스미스 전시의 교훈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영감을 받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보고 담아내고 변형하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얻음과 동시에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다시 정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