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택시 드로잉
최근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과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정체감이 느껴졌다. 나도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가 없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이번 주 수요일에 이른 퇴근을 하고 카페에 갔다. 보통 수요일에 일찍 마치고 다른 약속이 없다면 카페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힐링하는 것이 나의 일상 속 큰 힘이 된다.
우선 카페에 가서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배가 고픈감이 있다면 다른 음료를 마시는데 주로 아이스 라테나 과일류 스무디를 택한다.
음료가 나온 뒤 가져와 자리에 앉으면 그제야 노트북을 켠다. 자연스레 브런치에 로그인을 하고 '글쓰기' 탭을 눌러서 제목 칸에 숫자를 기입하고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며 정체가 시작된다. 무엇을 쓰면 좋을까, 지금 내 기분과 상태는 어떠한지 물어본다. 본인이 정답을 알 텐데 답은 내려주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고 다른 분들의 브런치 글들을 읽거나 휴대전화의 사진첩을 둘러보며 글감을 고민한다.
큰 폭우가 끝나고 날이 무더워져서 그런지 생각들이 멈춰진 듯하다.
나름대로 꾸준히 하고 있다곤 하지만 더 나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 요즘이다. 카페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이리저리 생각만 하고 검색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음에 스스로 실망했다. 그래도 괜찮다. 글 올리는 토요일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예전에도 그랬듯 수요일에는 혼자 가볍게 한번 생각하는 시간만 가져도 잘했다고 생각 들기 때문에.
그렇게 나를 위로하면서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 하면서 집으로 가려다 아쉬운 마음에 펜을 다시 들게 되었다. 이제는 종목을 바꿔서 '드로잉'이다.
그날은 날이 아니었는지 드로잉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카페에 혼자 보내는 시간 중에 아무것도 안 하고 가고 싶진 않아서 간단히 그림을 그리고 가려하다가 사진첩 속 사진을 둘러보다 '런던의 택시'를 찾았다.
긴 시간 집중하기엔 힘들 것이라 생각해서 30분 내외의 시간 동안 그리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연필로 스케치부터 시작했다.
5분 내외의 밑그림 후에 펜을 꺼내 들고 윤곽부터 칠했다. 그렇게 생각을 비우려 노력하며 선명하게 채워나갔다.
총 30분 남짓 시간 동안 '택시' 드로잉을 완성했다. 일부러 그냥 느낌이 가는 대로 그리려 해서 완벽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완성은 하게 되었다. 나중에 그림을 보니 그 상황에 있었기에 그런지 '고민이 담긴 그림' 같아 보였다. 온전히 내 느낌이긴 하지만 글도 그림도 왠지 모르게 멈춰있다는 생각이 유독 강하게 들었던 날이라 그런가 보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려나가고 글을 써나간다는 거 자체에 의의를 두려 한다. 이 애매하고 복잡한 마음이 쭉 지속되어선 안 되겠지만 좋은 생각들을 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방향과 목표들이 다시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난 또다시 카페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