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9박 10일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금요일, 회사에서 후배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아니라고 대꾸하였으나, 마음속으로는 부정할 수 없었다. 휴가는 어느 누구라도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 게다가 무의식적으로 어떻게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몸짓이든 목소리든 기분이든 말이다.
얼마나 꿈꿔 왔는지 모른다. 이토록 긴 휴가를. 일 년에 한 번쯤 길게 갈 수 있는 휴가는 주로 해외여행 가는 데에 썼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기에 '제주도'를 택했다. 주말 포함하여 긴 기간 동안 제대로 놀아보고 먹어보고 쉬어보자라는 생각을 굳게 먹었다.
휴가 때 여행을 가고자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도 간단하다. 일상으로부터 쏙 빠져나오는 것. 즉, 여행은 ‘일상의 부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준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바쁘게 업무를 하고 돌아와서 쉬었다가 자고 다음날 다시 또 출근하는 반복의 삶에서 나오는 것.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잔잔한 클래식만 듣다가 신나는 힙합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이번에 처음 기획하고 시작하게 된 브런치 매거진에서는 '제주에서의 휴가 10일'이라는 범주 내에서 있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과 상황 그리고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구성하려 한다. 제주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제주도의 명소를 소개해주는 정보는 약할지 모른다. 그러나 휴가를 제주에서 보내는 동안 일로부터 멀어지는 것, 제주 여행에서 있었던 일 중 흥미롭고 공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룰 것이다. 휴가를 보내는 이들의 공감을 위한 글.
주로 혼자 여행을 다녔지만 중간중간 제주도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 제주에 휴가로 놀러 왔던 고등학교 친구도 만났기에 외로울만하면 외롭지 않게 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3박 4일은 조카네와 함께 숙소를 구해 각자의 일정이 끝나고 돌아오면 함께 쉬며 이야기도 나누며 힐링했다.
출국 당일, 검색대에 짐을 통과하고 나왔는데 공항 보안 검색 직원이 잠시 가방 좀 보자고 했다. '혹시 무언가 잘 못 들고 왔나..?' 했지만 다행히(?) 연필 깎는 문방구용 칼이 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려면 스케치를 해야 하고 스케치를 하려면 연필을 써야 하는데 연필을 뾰족하게 잘 깎으려면 칼이 당연히 필요했다.
"반납하고 가면 될까요?" 하고 군말 없이 정중하게 내려놓고 갔다. 작년에도 공항 검색대에서 칼을 반납했던 이력이 있음에도 기억하지 못했다. 여행이라는 매력에 조금이라도 안 좋았던 추억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좋은 것만 기억해내는 것만 해도 벅차기에.
김해 공항 국내선에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을까 싶었다. 방학 때 국제선에서 봤음직한 규모였다. 말 그대로 대규모. 요즘 결혼하는 사람들이 해외로 가지 못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많이 떠난다고 하는데 실감이 났다. 그리고 그 외 휴가로 해외여행을 바라던 사람들도 제주도로 떠나니 많을 수밖에. 그중에 나도 한 명 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