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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Nov 28. 2020

제주 여행의 목적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

 제주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힐링'이었다. 어떻게 보면 긴 쉼 없이 지내온 나에게 주는 상과도 같았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못했었던 것들, 고민할 것들을 모두 해결해서 오기 바랐다.


 힐링(Healing)을 해석하면 말 그대로 치유다. 치유라 함은 결핍이나 아픔, 스트레스 등을 풀어주는 말인데  흔히 SNS 게시물에서도 힐링, 힐링여행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일 수 있지만 내면을 파헤쳐 보면 어떤 일에서든 많은 사람들이 치유가 필요한 요즘이 아닌가 싶다.


 휴가 때 하고 싶은 것은 그 당시 혹은 일상생활에서 못하고 있는 것일 확률이 크다. 그래서 제주 여행 시  실행에 옮기기 위해  준비하며 미리 적어둘 노트 한 권을 샀다.  여행 가기 한 달 전에 여행 가서 얻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적어나갔다.


첫째, 20대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30대 계획 짜기

둘째,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드로잉 하기

셋째, 10일간의 제주 여행 이야기를 담은 브런치 매거진 구상하기


 그 외에도 유럽 여행했을 때 기억과 추억들을 한 노트에 썼던 것과 같이 제주 여행 준비에서부터 끝까지 계획, 일정,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표현하기, 끝나고 사용한 금액들 정산도 모두 노트에 담았다. 종이에 샤프나 펜으로 직접 꾹꾹 눌러서 담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또 한 권의 여행 책이 만들어져서 좋았다. 훗날 다시 보면 그때의 순간순간들이 떠오를 것이다.


일정을 간략히 담은 여행 노트


 여행의 묘미는 당연히 '다 못 이루고 오는 것'이고 또 '생각지 못한 것을 얻어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계획했던 것이 크게 세 가지였지만 나름대로 중요했던 20대를 되돌아보고 30대를 계획하기는 크게 진전이 없었다. 오죽하면 밤에 숙소 앞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고민해야지' 하고 호기롭게 나가서 30분간 서성였던 적도 있다. 그러나 피부까지 침투하는 찬바람과 파도가 밀려와 바위, 돌에 으스러지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고민을 더 진행하기 어려웠다. '역시 바닷가 근처는 바람이 세구나', '바닷속에 들어가면 많이 춥겠지?'와 같은 단편적인 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바뀌어있었다.


 그렇게 미래 계획에 대한 고민들은 이번 여행에서 큰 소득이 없었다.

 목표가 많이 거창했던 것일까.






 여태 그린 그림들은 주로 유럽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길게 휴가를 떠나서 여행했던 적이 없었기에 여행 드로잉 할 기회가 크게 없었다. 이번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풍경들도 보고 인상이 깊었던 건물이나 좋았던 추억이 담긴 매개물도 포함해서 그릴 수 있었다. 거의 매일 그렸기 때문에 행복했다.


 자연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법이 서툴다 보니 주로 건물이 있는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제주도에 와서 제주의 전통 집이나 예쁘게 꾸며진 카페들도 그렸지만 성산 일출봉이나, 비양도 등 자연을 찬찬히 펜으로 그려 볼 수 있었다. 산을 세모로만 표현하는 것 외에 어떻게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는데 실제로 그려나가면서 눈에 보이는 대로 세밀하게 표현해가며 익힐 수 있었다.


 여행의 목적 중에서 고민하기와 같은 생각을 쭉 해야 하는 것들은 여행하면서 결론을 도달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어떻게 보면 그 시간 내에 답을 낼 수 없는 고민이 아니었을까 싶다. 단순히 여행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는 한번 고민해보고 여행이 끝나고도 다시 떠올려보며 답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그리기, 먹기, 가보기 등과 같이 실행을 하는 계획들은 이뤄내기가 쉽다. 말 그대로 하면 되니깐. 그렇게 제주도 풍경을 드로잉 하는 계획은 나름대로 잘 지켜졌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도 사진으로 담았던 아름다운 풍경들은 추가로 그리려 한다.


 



 

 제주 여행을 하면서 공감이 될 만한 에피소드들을 생각해보니, 이번 브런치 매거진에 담을 만큼의 내용들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다음 글부터는 본격적으로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 중에서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될 이야기들이다. 물론 글을 써야 하고 생각 정리도 다시 해야 하지만 큰 주제들은 이미 구상했다. '제주에서 버터 모닝을 꼭 먹어야 할까?', '여행할 때 체하면 정말 서럽다', '차박, 그 낭만에 대하여' 등. 일부 수정될 수도 주제가 달라질 수 도 있겠지만 차근차근 다시 되돌아가며 써나갈 것이다.

 

숙소 앞에서 바라본 비양도 ( 2020.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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