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 100개 주문한 것들이 택배로 집에 도착했고 큰 박스에 한가득 들어 있었다. 직접 그리고 디자인했기에 더욱 애착이 갔다. 에코백을 판매해보는 것이 다음 단계였는데, 에코백을 판매한 이유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다. 에코백을 판매해서 얻고자 한 것은 내가 그리고 디자인한 에코백이 ‘살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림 그리는 것은 자기만족, 심적 안정감 등이 주된 이유지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내 그림을 봤을 때 어떠한 느낌이고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나름대로 ‘객관적 평가’를 받고 싶었기에 판매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돈을 지불해서 구매하는 것이 곧 상품, 그림 가치를 대변한다고 절대 말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에코백 자체의 실용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그림 및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야 살 테니.
보통 쇼핑하러 가면 마음에 들거나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 가방, 신발 등은 있지만 실제 돈을 지불하고 사는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사려고 마음먹고 지불하는데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각자 본인의 경험 만으로도.
가방 판매를 하기 위해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했는데, 당시 페이스북이 유행이었다. 직접 만나거나 연락해서 에코백을 만든 계기, 이야기에 대해 말하기도 했지만 여건상 모두에게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살짝 애매한 친분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에코백 얘기를 먼저 꺼내기 어려워 SNS가 적합하다 싶었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홍보하는지 부담 없이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이었다.
Facebook에서 홍보한 게시물(2016)
2016년 5월 29일, 에코백을 제작한 계기, 소재, 디자인, 가격 등 소개하는 글과 사진들을 게시했고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아트마켓’에 대해 잘 몰라 밖에서 직접 파는 것을 생각 못해 단순 입소문(?)과 SNS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슨 자신감으로 100개를 도전했나 싶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에코백 100개 모두 판매했다.
그러나 그 100개 중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 즉, 지인이 아닌 경우의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았다. 대학교 선후배 및 동기들, 군생활 같이 했던 선임 후임 및 동기들, 그리고 초중고 친구들이 주로 구매해주었다. 완판 했다는 것에 안도감과 성취감은 있었지만 한편으로 지인이 아니었다면 망했을 것이다.
그래도 실제 SNS를 통해 연락 와서 판매했던 것,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에코백을 판매했던 것, 학교 내 우체국에서 택배 포장하고 있다가 신기하게 보시던 직원분이 다가와서 물어보시고 직접 사가셨던 일, 친구 지인의 어머니께서 계 모임 선물로 주면 좋겠다고 여러 개 구매하셨던 일 등 잊지 못할 뜻깊고 소중한 순간들이 많았다. 물론 지인들이 사주고 홍보해주고 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무척 감사했다.
고슴도치 에코백과 관련된 키워드를 나열해보면, ‘고슴도치’, ‘드로잉’, ‘디자인’, ‘스캔’, ‘라벨’, ‘에코백’, ‘소재’, ‘홍보’, 'SNS', '영업‘, ‘택배’ 정도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한 단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을 했는지,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선명히 기억난다.
에코백을 제작하고 판매하면서 거친 과정들은 훗날 다양한 일을 접할 때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부한 자기소개서 단골 표현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밑거름 혹은 자양분이라는 단어만 한 것이 없다.
고슴도치 에코백은 2016년 대학교 생활 끝 무렵의 추억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마음이 맞는 형과 서로 시간이 맞으면 서울, 부산에서 아트마켓을 한다. 처음은 에코백이었지만 현재 유럽 풍경을 드로잉 한 것으로 만든 엽서, 책갈피, 스티커, 손거울까지 품목이 늘었다. 아트마켓을 통해 수입이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못하다’라고 말함과 동시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조금씩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