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희 Feb 06. 2021

휴가를 안 보낸듯한 느낌이란

제주도에서 돌아온 뒤

 주말을 포함해서 9박 10일의 휴가가 끝나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제주도에서 머물며 여행하고 힐링했던 좋은 추억들을 고스란히 곱씹어보며 마무리했다. 제주도에서 돌아오기 전날, 어디 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쉬는 것은 나무를 깎아서 만든 목조물을 마지막에 사포로 다듬는 것과 같이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휴가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마무리하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긴 휴가가 끝나고 화요일에 출근을 했는데, 문득 가볍고도 심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휴가를 다녀왔던가?'


 그도 그럴 것이 돌아와서 아주 많이 쌓인 메일을 보는데도 아무렇지 않았고 갑자기 요청이 들어온 일도 간단하게 바로 처리해주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찰나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휴가를 다녀온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정확히는 긴 휴가의 잔향과 여운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내 모습이 낯설었다.


 



 일주일 미만의 휴가는 여운이 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사 이후 일주일 이상의 긴 휴가를 다녀오고 나면 출근 전에 마음이 불안했고 출근 길이 막막했다. 극 초반에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회사에 가기가 정말 싫다는 표현이 아주 정확하다. 회사 가기를 손꼽아 기다린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이번 휴가와 지난 3년간의 긴 휴가를 면밀히 비교해볼 필요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큰 변경점은 두 가지다.


1. 지난 3년간의 긴 휴가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고, 이번에는 국내 제주도 여행이었다.

2. 지난 3년간은 입사 초반이었고, 이번에는 4년 차 끝이 날 때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하계휴가를 5일 쓸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주위 선배들이나 동기들은 그 기회를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떠났다. 어떻게 보면 일주일 이상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은 1년에 한번 뿐이고 소중히 써야 한다. 일단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야 한다. 나 또한 1년간 수고 많았다는 의미로 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해외여행을 나에게 선물했다. 회사 다니는 초반엔 쉬는 날 일 연락을 받기 싫었던 마음이 컸다. 일을 하지 않더라도 연락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더더욱 해외여행을 바랐던 것이다. 해외로 여행을 가면 유심칩을 바꿔 끼우니 당연히 연락이 오지 않는다. 그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휴가 때만큼은 일로부터 분리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연차가 늘고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져서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나아졌다. 나아졌다는 것은 완벽히 해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그즈음 어딘가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일의 익숙함이 커져서 휴가를 길게 다녀와도 타격이 덜한 것일까. 만약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 여행의 후유증이 더 컸을까.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다.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큰 후유증이 없이 일상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하긴 회사에 돌아왔는데 여행 후유증이 너무 커서 일을 못할 정도라면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에 같이 일하는 선배가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면 휴가를 다녀와도 아무렇지 않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시간이 곧 해결해주는구나.


 긴 휴가를 끝내고 돌아오니 후유증은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떠나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