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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Jan 30. 2021

휴가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제주 숙소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것

 길고도 짧은 제주에서의 휴가가 어느덧 끝무렵이 되었다.


 월요일 오후 한 시경 비행기를 타고 다시 부산으로 향해야 했고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기 전날인 일요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했다. 제주도에 둘러볼 것이 많은데 조금 더 욕심내서 돌아볼 것인지, 마지막 하루는 숙소에서 편하게 쉴 것인지 둘 중 하나. 중간은 없다.


 마지막 하루만큼은 어디 다니지 않고 숙소 내에서만 쉬는 것으로 끝내 결정했다.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낸 시간들을 되돌아볼 시간도 필요했고 스스로 여행을 정리할 시간이 있어야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되돌려갔다.


 쉬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책도 읽고 누워서 낮잠도 자며 그간 이리저리 다녔던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 쉼을 허락했다. 최대한 에너지를 쓰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휴가라고 하면 말 그대로 쉬어야 하는데, 요즘 직장인들은 일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쉬는 것이자 휴가라고 느끼는 듯하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ON과 OFF 둘 중 하나로만 나뉘는 스위치와 같이 일을 하는 것은 ON,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쉬는 것이고 곧 OFF이다. 쉬는 날에 운동해서 땀을 흘리는 것도 기분이 좋고 좋아하는 사람과 걷는 것, 이야기 나누는 것, 옷 사러 쇼핑하러 가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모두 다 이에 해당된다. 퇴근하고 하는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주위에서도 보통 휴가를 쓴다고 하면 이사 혹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업무 외에는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길게 휴가를 간다면 멀리 해외로 떠나고 비교적 긴 기간이 아니라면 당일치기를 포함해서 국내 여행을 떠난다. 어떻게 보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여행 가면 아무래도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려고 하다 보니 욕심이 많아진다. 호캉스와 같이 숙소 내에서만 쉬는 것이 아니라면 주변 명소들도 가야 하고 그 지역 맛집은 물론이거니와 유명한 카페도 가야 한다. 계획에 맞춰 열심히 하다 보면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이렇게 열심히 알차게 보내는 게 휴가인가?


 모든 일정을 꽉 차게 해서 보낸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일정을 어느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휴가를 잘못 보내는 것이다라고 여겼던 듯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그것만의 의미가 있을 텐데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 회로가 고정되어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여행은 아닐 텐데,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휴가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마지막일 거라고 무의식적인 생각이 들었을까.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이다.  - 소포클레스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이었던 소포클레스가 남긴 위의 말은 하루의 소중함을 말해준다. 이 말을 들으면 다시없을 오늘을 위해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서 보내야 한다고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휴가 때에는 이 좋은 명언을 접목시키기에 적합하지 않다.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면 쉬었다 가야 한다. 쉬어야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일을 열심히 하느라 밤낮 고생하면서 보낸 날들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였던 육체적 정신적 노고를 풀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휴가에서도 적용이 되는데, 휴가 내에서도 열심히 일정에 맞춰서 알차게 보냈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내서 풀어줘야 한다. 긴 휴가 끝나고 다시 일을 하러 가기 전날, 마음의 준비를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개개인마다 다르고 어떻게 보내는 것이 본인에게 만족을 주는지 역시 다르다. 그래도 한 번쯤은 휴가 때 짜인 일정 속에서 벗어나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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