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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Apr 03. 2021

나에게 어려운 드로잉 대상

자연과 인물 그리기 어려움에 대하여

 드로잉 하는 사람이라면 선호하는 드로잉 대상이 있다.


 드로잉이라는 아주 큰 범주 내에서 내가 그리기 좋아하는 대상은 '건축이 있는 그림'이다. 조금 더 풀어서 쓰자면 인간 영역의 그림을 좋아한다. 에스파냐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영역이며, 곡선은 신의 영역'이라고 했다. 곡선이 주인 자연을 그리는 것은 나에게 참 어렵다.


 영국 여행에서 그림을 그렸을 때 '빅벤'이나 '타워브리지'를 먼저 담았다. 이후에도 건축이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는 풍경을 드로잉 했다. 자연 풍경만을 그리는 데에 익숙지도 않고 내켜하진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주 명료하다. '표현하고 담아내기 어려워서다'. 나름대로 수차례 시도를 해봤지만, 실제 보이는 풍경만큼 그림으로 담아지지가 않았다. 가끔씩 노을 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야경이 예쁜 곳을 보고 사진을 담아도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사진으로 담아지지 않네"라고 말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느낌이다.

 

영국의 어느 풍경 (2019. 01)




 지금껏 드로잉 해오면서 나름대로는 다양하게 그려봤다.


 주로 건축이 담긴 그림을 그렸다지만 나무도 그려보고, 카페 내에 모습도 그려보고, 동물들도, 사람도 그려봤다. 그중 자연 풍경만을 그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물'을 그리는 것도 특히나 어려웠다. 여태껏 초상화를 그리는데 하나씩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바로 '눈'이다. 한 번은 친구 얼굴을 그려 주기 위해 사진을 받아 연필로 선 하나하나 다듬으며 그려나갔다. 전체적인 얼굴 형태를 잡고 코를 그리고 입을 그려나갔다. 그 이후에는 머릿결을 한 올씩 채워나가며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췄다. 옷은 더 이전에 예쁘게 그려줬다. 이제 마지막, 늘 마지막으로 미뤘던 눈을 그리기 위해 연필을 다시금 고쳐 잡았다. 수능 볼 때 모르거나 어려운 문제는 마지막에 다시 풀듯이, 인물을 그릴 때 눈은 맨 마지막에 그렸다. 눈매 하나 조금만 틀어져도 다른 사람의 얼굴이 되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몇 번을 지우고 다시 그렸는지 모른다. 펜으로 그렸다면 되돌릴 수 없기에 눈 외에 그렸던 모든 수고로움이 한순간에 물거품 될 뻔했다. 친구는 본인을 그려줬다는 것에 고마움을 표했지만, 나는 조금 아쉬웠다. 친구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림만 봤을 때, 잘 그렸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친구 얼굴을 안다면, "너 맞아?"라고 했음에 틀림없다. 가끔씩 SNS에 누구나 아는 연예인 모습을 드로잉 한 그림을 보곤 하는데 정말 놀랍다. 어떻게 이리도 똑같을 수 있단 말인가.


 건축을 그릴 때면 약간의 선이 흐트러져도 용서가 된다고 매번 느낀다. 선을 여러 획을 추가해가면서 조금씩 그 모습에 맞추다 보면 그럴싸해지고 그리는 대상과 비슷해지는 듯하다. 아직까지도 인물과 자연만을 그리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조금씩 더 그려나가보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친구 초상화 (2017. 02)


곰 (2017.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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