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해서, 해외여행에서 꼭 필요한 것은 라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라면은 우리가 끓여먹는 봉지라면과 간편히 끓는 물을 부어서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컵라면까지 다양한데여행 때 꼭 가져가야 할 식량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라면 봉지를 양옆으로 조심스레 뜯고 그 안에 뜨거운 물을 넣어도 아주 맛있는 라면 맛보기가 가능하다. 라면 예찬은 어렸을 적 추억이 떠오른다. 초등학생 때였던 거 같은데동네 친구, 형들과 함께 가끔 주말에 수영장으로 놀러 가곤 했다. 물놀이하고 수영하는 것도 좋았지만 끝나고 집 가기 전에 매점에서 먹는 컵라면이 더 좋았다. 어쩜 그렇게 따뜻하면서 고소하고 짭짤하고 따뜻함 모두 갖출 수 있단 말인가. 그곳에서는 '도시락'이라는 라면이 진리였다. 직사각형의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기다렸다가 호호 불어서 먹는 그 라면 맛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군침이 절로 돈다.
스위스 융프라우에서의 '신라면'
해외여행에의 묘미는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있지만 맛집 탐방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현지 음식들을 느껴보며 실패와 성공을 오간다. 입맛에 맞는 성공과 맞지 않는 실패를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국에서 먹던 것들이 하나둘씩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겹살 구이, 갈비찜, 계란말이 등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군침이 고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음식들은 조리하지 않는 이상 맛보기 어렵다. 그럼 아주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으면서 길 잃은 입맛을 달래줄 것을 찾아야 하는데 바로 '라면'이다. 여행하면서 먹었던 음식들이 입에 맞지 않아 떠오를 수도 있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말로 부가적인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냥', '문득' 떠오르게 된다. 그렇게 한 젓가락 떠서 입으로 향하면 행복 그 자체다.
체코 프라하로 긴 휴가를 떠났던 여행에서 라면의 소중함을 다시금 더 강하게 느꼈다.
여행 갈 때마다 라면을 꼭 챙겨가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집에서 꼭 필요할 것이다 라고하며 봉지라면 몇 개와 컵라면 몇 개를 건넸다. 캐리어에 짐이 많이 담겨서 넣을 공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욱여넣고 곧바로 잊어버렸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프라하 공항에 도착했다. 착륙 시간이 현지시각 10시 가까이 되서였고 공항에서부터 예약한 숙소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다.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끙끙 들으면서 계단을 오를 때 땀이 한 방울씩 만들어졌다. 그래도 여행 와서인지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무사히 숙소까지 들어오고 나니 안도감에 힘이 풀렸다. 자연스레 배가 고파왔는데 늦은 시간이라 어디 나가서 사 올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순간 라면은 나의 구세주가 되어준다. 물을 끓인 뒤에 봉지라면에 물을 넣고 돌돌 말아 끝에 뜨거운 수증기가 나가지 않고 면이 더 잘 익을 수 있도록 붙잡고 3분여간 기다렸다. 다 익었다 싶어 서서히 열어보니 가장 먼저 냄새가 나를 유혹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곧바로 젓가락을 들고 면을 호로록 입에 넣었다. 꼬들꼬들한 면이지만 꼭꼭 씹어먹게 만들어주면서 그만큼 맛을 더 오래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라면 하나에 든든함을 얻어 일기 쓰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