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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Apr 17. 2021

드로잉이 주는 위로

직장인 스트레스를 위로해준다는 것

 사람은 다양한 요소로부터 스트레스받는다. 가끔은 인간관계에서 회의감이 올 수도 있고, 직장에서 일 자체가 힘들거나 사람이 어려움 등의 이유로 마음 편히 잠 못 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다. 이렇게 글 쓸 수 있는 것은 지났기에 덤덤히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깊게 얘기할 것도 없고 얕게 얘기할 것도 없다. 문득 겪었던 여러 일들이 떠오른다.


 처음 맡았던 일을 한 두 달 여하다가 팀 내부 사정에 의해서 다른 파트 업무를 맡게 되었다. 새로운 업무는 꼼꼼해야 하고 모두 챙길 수 있어야 하며 이슈화해서 이끌어가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업무를 이끌어 감에 있어 강인함도 필요했다고 본다. 자세하게 쓸 수 없다 보니 느꼈던 필요한 부분들을 나열해봤지만 큰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꼼꼼히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함' 정도가 아닐까.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렇겠지만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은행원이 이체 업무를 하면서 송금하는 경우에 0을 더하거나 뺀다면 큰일이 난다고 볼 수 있는 것처럼 놓치면 안 될 것들이 많았다.


 그만큼 중요한 업무를 맡았기에 사수로부터 배울 때도 늘 긴장함은 물론이고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이 '어려움'이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를 함축시켜본다. 입사 초기에는 아무래도 직장에 와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신기하다고 느낄 무렵이다 보니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확실히 직장생활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적지 않게 혼나기도 했다. 루틴한 업무 중에서 챙길 것들이 많아 일부 깜빡하거나 여력이 안돼서 못 챙겼을 경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쓰는 글도 순화해서 풀어내다 보니 힘들었던 것을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참 아쉽다.


 업무 적응 초반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몸이 반응했다. 밤에 잠에들 때 가위눌리는 빈도가 잦아졌고 출근할 때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는 것 마냥 심장이 쿵쾅거렸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증거다. 입사하고 거의 1년까지는 표정이 몹시 좋지 않았다. 그 뒤에도 그렇게 나아졌다고 보긴 힘들지만.. 주위 동기들도 밝았던 내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자 걱정했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렇게 '퇴사'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퇴사를 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나왔을 때 어떤 것을 하면 되는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와서 다시 취업 준비하여 다른 회사로 갈 수 있는 자신이 없었고, 나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지도 불투명했다. 겁쟁이라 해도 달리 반박할 말은 없다.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길게 휴가 갈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고 그 해 11월에 동유럽인 체코, 오스트리아 여행을 약 9일간 혼자 떠나게 된다. 여행의 목적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여행에서는 그러한 고민이 생각나지 않았고 돌아오기 전날에 스스로 다짐하게 되었다 '일단 해보자'라고. 멋있게 들릴 수 도 있겠지만 결국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뿐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반증하듯, 점차 업무에 익숙해져 갔고 일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자연스레 스스로 자신감도 붙어갔다. 가끔은 직장 상사분이 일무 처리하는 것에 대해 좋은 말씀 해주셔서 뿌듯함을 느꼈던 것이 떠오른다. 그래도 되돌아보면 힘든 건 힘든 것이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다. 결코 미화하고 싶지 않다. 정말 힘들었으니까.


그렇다고 지금은 정말 괜찮다고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런던의 '빅벤'




 일을 해야 하지만 사람이니까 잠도 자야 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하는 법이다.


 회사에 나와서는 조금이라도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떨 때 행복함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니 단연 '드로잉'이 떠올랐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찍 퇴근하거나 주말에 시간 내어 카페로 향하게 된다. 드로잉 대상은 유럽 여행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이었는데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추억에 잠겨 행복했다. '그땐 참 좋았었는데.' 찬찬히 둘러보면서 그릴 풍경을 선택했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연필로 스케치해나갔다.


 그림 그리는 데에 매력적인 부분은 '그 순간 다른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회사', '일'로부터 분리되었다. 그냥 멍하니 있었다면 머릿속에서 맴돌았을 것들이 그 순간만큼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좋았다.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아도 단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듯, 드로잉도 다른 대안을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 위로가 되어주었다. 불편한 마음 추스를 수 있게 해 준 장본인이다.


 친구가 꼭 힘들 때만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닌 것과 같이, 좋은 일, 행복한 일이 있어도 함께 해야 한다. '드로잉'도 그 결을 같이하는 존재다. 언제라도 '드로잉'과 함께라면 든든하다.


런던의 '빅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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