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가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들을 기념품으로 사온다. 한국에서보다 더 싸다는 이유로 각종 명품을 사는 경우도 있고, 그 나라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사는 것도 포함이다.저마다의 여행의 목적이 있는 법이니 옳고 그름은 없다. 쇼핑을 위한 여행도 여행이다.
보통 여행 기념품을 생각해보면 스노우볼, 엽서, 열쇠고리, 마그넷 등이 쉽게 떠오른다. 나 역시도 미술관에 갔을 때 엽서는 무조건으로 샀고, 길거리에 파는 열쇠고리나 마그넷도 가끔 샀었다. 그렇게 가져온 기념품들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이되었다. 남은 것들은 자그마한 상자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있다. 지금도 많은 굿즈들이 상자 속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여행하면서 기념품을 사는 행위 자체도 '여행에 왔구나'라는 실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선물로 건네면서도 그 순간 추억이 떠오른다 '아, 오르세 미술관에서 샀었는데'. '노트르담 대성당 지나갈 때 상점에서 샀었는데' 등 그 순간 자체도 기념품이라는 것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여행 가서 유명한 곳을 거닐다 보면 직접 그린 그림을 파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 주위에서도 볼 수 있고, 프라하의 까를교 위,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주위 광장, 친퀘테레의 마나롤라 등 여행지마다 볼 수 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 나열하였으나 그외에도 많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스스로 인물 그리기에 흥미다 크게 없다 보니 그보다 풍경 그림에 더 관심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기도 하니깐.
3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로마에서 여행을 하다가 피렌체로 떠났고 로마와는 달리 괜스레 더 시원한 느낌과 마을이 정돈된 느낌을 받았다. 두오모 대성당 주위로 갈색, 회색, 황토색의 일정한 톤으로 나란히 서있는 모습에 안정감이 느껴졌다. 커다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중심 돔을 짓는 공모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브루넬레스키의 천재성에 감탄하면서 계단을 올랐다. 원래 금 세공사였던 브루넬레스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창의력도 있었겠지만 많은 시도와 공부를 통한 것이 아니었을까.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2018. 11)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거리를 거닐다 '그림을 파는 분'을 봤다. 커다란 판 위에 여러 그림들을 올려놓았다. 콜로세움을 그린 것도 있었고, 스포츠카와 같은 멋진 차들을 그린 그림도 있었지만 내 눈을 사로잡았던 그림은 당연히 두오모 성당이었다.
기본적으로 그림의 크기가 커질수록 값이 많이나갔기에적당한 크기의 그림을 찾았다. 한국으로 가져가기에도 괜찮아야 했기에. 유럽에와서 그림을 샀던 경우는 프라하에서 자그마한 그림외에는 없었는데 이번 피렌체에서는 사고 싶은 마음이 아주 굳건했다.
그림을 둘러보다. 한 가지 색으로 진하기를 조절해서 그린 두오모 성당에 푹 빠져버렸다. 사진을 찍은 뒤에 흑백톤으로 효과를 넣는 것처럼, 그림의 전체 색을 넣은듯한데 갈색톤의 효과가 들어갔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의 수채화 표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그 그림을 소장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내 그림을 넣는 포트폴리오 파일에 고스란히 넣어두었는데 가끔씩 꺼내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