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그렸던 그림들은 포트폴리오 파일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끔씩 그림들을 보면 든든한 마음도 들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드로잉을 완성하고 나면 대부분 사진으로 찍거나 스캔해서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에 올리는데, 가끔씩 피드를 쭈욱 내려보다 예전에 그렸던 그림들을 보며 그때의 추억에 잠기곤 했다.
2020년도에 그린 드로잉
그렸던그림들을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2018년도에 어느 카페 사장님께서 DM(Direct Message)를 보내주셔서 부산의 어느 한 카페에 두 차례 전시할 수 있었다. 막연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어떠한 공간 내에 내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것을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나 혼자만의 그림들로 채워지지 않고 일러스트 작가분, 그림 그리는 분과 함께 꾸밀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가 좋아해 주면 좋겠지만 그보다 한 명이라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거라 생각 드는 마음으로 임한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해보는 것이었기에 더 잘해야 했지만 서툴러서 많은 아쉬움이 남아있다.
카페에서 진행했던 전시 (2018)
드로잉 전시는 '카페'에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목적으로 그림 보러 오는 것도 좋지만, 커피 마시러 온 김에 그림도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싶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도 간혹 카페에서 전시하셔서 직접 서울까지 보러 가기도 했다. 비록 SNS를 통해 알게 되어 찾아간 것이긴 하지만 알아봐 주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드로잉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었고 전시의 시작과 끝, 배치 등 모든 구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는데, 나 또한 언젠가 내 그림을 전시할 수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나저나 나는 왜 그토록 전시를 해보고 싶은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내 그림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내 그림에 위로를 받는 건 조금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봐줬으면 했다. 참 이기적이다. 아니 이기적일 수 있겠다. 그래도 이것이 솔직한 내 마음인걸.
살면서 한 번쯤은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들이 있다. 그중 하나에 포함되었던 것이 아무래도 '드로잉 전시'다. 그래서 내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가급적 늦지 않게 해보고 싶음이 간절하다. 최근에 아트마켓 하는 형과 함께 오랜만에 만나 근황 얘기도 나누다 전시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했다.전시 얘기에 앞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 형은 사진을 좋아해서 미국에서 긴 기간 여행하며 많은 사진을 담았다. 그렇게 나는 유럽의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형은 미국을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들로 함께 굿즈를 만들어 아트마켓에 참여하곤 했다.
아트마켓을 하며 나름의 합을 맞췄던 터라, 전시 얘기도 수월했다. 각자 본인이 꿈꿨던 전시를 바랐다. 처음엔 카페에서 하는 전시를 생각했지만 제대로 준비해서 갤러리나 전시관을 빌려서 짧더라도 하는 것이 어떻냐는 얘기에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내년 봄을 목표로 전시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자고.
아직까지야 막연하게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것에 주를 두었지만, 정말 후회 없고 기억에 남을 전시를 기획해보려 한다. 각자의 일도 있기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꾸준히 천천히 쌓아서 내년 봄을 목표로 잡았다. 사진과 펜 드로잉의 조화를 이루는 전시를 꿈꾸며 차근차근 준비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