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희 Jun 05. 2021

유럽 조식에 진심인 편

영국의 잉글리시 브랙퍼스트가 준 영향

 조식은 말 그대로 아침 식사다. 호텔을 많이 접해보진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유럽 여행에서 호텔이나 민박 같은 곳의 조식을 좋아했다. 유럽 여행할 때 조식을 꼭 먹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영국의 잉글리시 브랙퍼스트(English Breakfast) 때문이다.


 처음 영국으로 여행 갔을 때에는 가족이 있었기에 호텔에 갈 필요가 없어 자연스레 조식 먹을 일은 없었다. 그런데 친누나가 영국에서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꼭 먹어봐야 한다며 머물렀던 영국의 한인타운인 뉴몰든 동네의 'The Watchman'이라는 펍(Pub)에 데려가 사주었다. 보통 펍이라고 하면 맥주 파는 곳이니 오후에 열 것 같지만 이곳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당연히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의 맛을 표현하기에 앞서 우선 사진을 먼저 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English Breakfast)


 처음 제일 낯설게 느껴졌던 토마토소스와 콩이 함께 조리된 베이크드 빈즈(Baked beans), 비계 부분이 적당한 비율이고 노릇하게 구워진 베이컨, 탄 듯 안 탄 듯 겉은 살짝 바삭한데 속은 육즙을 머금은 듯한 소시지, 흰자는 담백하게 구워지고 노른자는 적당하게 익혀진 촉촉한 계란 프라이, 그릴에 두껍게 몸담고 나온 줄무늬가 새겨진 빵 그리고 버터, 고소하면서 짭짤한 해쉬브라운,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 줄 시원한 토마토까지. 두말할 필요 없이 정말 맛있었다. 특히 베이크드 빈즈는 생소했지만 먹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가득하다.


 어떻게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을까 싶은데 이렇게나 조화로워 입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또 든든하다.



 

 영국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로 여행 떠났을 때, 그때 머문 숙소에서 조식을 신청해봤다. 영국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빵류, 해쉬브라운, 베이컨, 소시지, 다양한 종류의 햄과 소시지, 버섯 요리, 각종 치즈, 스크램블 에그, 계란 프라이 혹은 삶은 계란 등의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음식과 요거트 혹은 우유에 타 먹을 수 있는 시리얼, 과일도 있고 아메리카노, 과일주스, 우유 등 마실거리도 있었다. 민망하지만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 숙소의 가격 수준에 따라 구성 차이가 있긴 해도 기본적인 것들이 모두 있어서 잘 먹었다.


체코에서의 조식


 혼자 여행하던 터라 조식은 아주 소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서야 많이 걸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기준으로 보통 하루에 2만 보 내외는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곳저곳 걸어 다니며 보는 것을 좋아하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에는 생각보다 큰 흥미가 없는 편이기도 하니.. 아침이나 점심을 매번 찾아서 먹으러 다니기보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이 편했다. 뷔페식이라 눈치 안 볼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호텔에서 조식을 먹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여행을 목적으로 왔기에 우선 여유가 흘러넘친다. 아주. 그렇기에 편한 옷을 입은 채로 하나하나 접시에 담고 사진으로 담아둔 뒤에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한다. 한번 주위를 둘러보니, 직장인으로 보이는 양복을 입은 외국인이 아주 간단하게 접시의 반도 채우지 않은 채로 가볍게 먹고 급하게 일어나는 모습도 보이고, 노부부가 신문을 펴 들고 천천히 나보다 더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여행자의 입장에서 온 가족 혹은 친구들이 모여있는 경우도 행복하게 식사를 즐겼다. 그런데 이들과 나의 차이점은 바로  '양'이었다.


 유럽 여행의 평소 코스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9시 전후로 숙소를 나서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날 아침과 점심을 조식으로 해결했다. 이후 걷다가 배고프면 오후쯤에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괜찮다면 저녁을 조금 일찍 먹어 균형을 맞춘다.라고 합리화를 조금 해본다. 조금 더 보태자면 한국에서는 그렇게 자주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먹자라는 다소 위험한 생각으로 조금 많이 먹는다. 충분하게 먹는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다. 전날 돌아다닌다고 에너지를 많이 쓴 건 사실이므로 그만큼 또 채워줘야 하지 않을까?


 여행의 기본은 체력이고 체력은 든든한 아침식사로부터 나온다.


오스트리아에서의 조식




 영국의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시작으로 유럽 숙소의 조식을 예찬하기에 이르렀고 아쉽게도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유럽으로 쉽게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 호텔의 조식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즐길 수 있다. 한식도 있어 더욱 다채롭긴 하다. 그래도 해외여행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한편에 아쉬움은 있을 수밖에 없다. 조식을 먹고 든든하게 바깥을 걸어 다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그나마 요즘엔 '브런치 카페'가 많아져 한국 어느 지역에서도 조금은 더 유럽 여행을 하는 느낌으로 브런치를 맛볼 수 있다.


 현재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수 없는 상황에 따른 나만의 대책으로 브런치 카페에서 여행 기분을 내곤 한다. 분위기도 이국적인 느낌이 날 때면 유럽의 어느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 행복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하루빨리 자유롭게 유럽 여행을 떠나 특유의 조식을 다시 맛보고 싶다. 든든히 먹고 열심히 걸으며 유럽 여행하고 싶다.


서울 코피티암의 브런치


영국에서의 조식

 


 

 





매거진의 이전글 유독 해외로 떠나고픈 요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