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전시를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할 무렵, 친한 형과 전시하고자 하는 마음의 일치를 이루었으니 이후 각자 조사하여 알아보기로 했다. 시기는 내년 봄쯤이라는 것만 명확했고 그 외에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 형은 미국 여행하면서 찍었던 사진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고, 나는 펜으로 드로잉 한 유럽의 풍경들을 전시하는 것이다. 사진과 드로잉에 이질감이 사뭇 느껴질 수 도 있겠으나, 여행을 좋아하는 마음과 그 마음이 투영되어 나타낸 결과물에 대한 애착만큼은 같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서울과 부산 둘 중에서 어느 쪽에서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얼마의 기간 동안 하면 좋을지, 어떻게 꾸미고 구성할지 등 막연해 보일 수 있지만 마냥 붕 뜨지 않은 얘기들로 각자 조사했다. 자주 볼 수 있는 사이는 아니므로 본인이 알아봤던 사이트들을 보내주며 이런저런 정보들을 공유했다. 하루는 각자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종적으로는 서울에서 전시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부산보다는 서울에서 전시하는 곳이 많아서다. 서울 위주로 알아봤던 갤러리의 대관료는 천차만별이었다. 3일에 80만 원이 드는 곳도 있고 하루마다 8~9 만원 정도의 금액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하루에 100만 원 하는 곳도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저렴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기보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조금은 합리적이길 바랐다.
적당한 곳을 찾았다. 삼청동 근처의 어느 한 갤러리. 보통 일주일 정도 빌려야 하는 곳이어서 둘 다 직장인이다 보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주중 5일을 반 정도 나눠서 휴가를 사용하고 주말에는 함께하기로 합의(?) 했다. 공부를 하려면 책상에 앉아야 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펜을 잡아야 하고 글을 쓰기 위해 펜이든 노트북을 켜는 것이 시작이라 볼 수 있듯, 전시할 곳과 시간을 선정하는 것만으로도 큰 걸음을 떼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큰 걸음만 떼었을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부분은 없다. 간단히 나는 그림을, 형은 사진을 전시하는 것인데 어떻게 조화롭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큰 직사각형의 방을 가정하고 중간에 문 열고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좌측 반은 나의 그림을 놓고 우측 반은 사진이 놓이게 하려 한다. 각 끝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에 겹치는 부분이 생길 텐데 그곳에는 그림과 사진을 함께 융합을 이루게 하는 것이 지금 생각이다. 예를 들어, 건물의 그림은 펜으로 그린 그것으로 주변 풍경이나 하늘은 사진으로 대체하는 것. 아주 큰 틀만 잡은 것이지 세세한 부분은 더 많은 상상에 상상을 더하고 치열한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고민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