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마다 글을 올리고 있는 지금도 매번 고민의 연속이다. 다른 누구와의 계약도 어느 약속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약속하고 싶어 타협했던 것은 '매주 토요일' 글쓰기. 토요일이라는 것보다 '매주'라는 단어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한 장본인이었다. 연재의 '연', 매번의 '매'라는 한 글자는 성실함을 갖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한 글자가 아닐까 싶다. 지켜냈을 때에야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하게 되는 말이겠지만.
여행을 좋아했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게 된 드로잉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써나가면 좋을 것이라 생각해 글을 썼다. 조금 더 풀어쓰자면 여행하면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이야기, 그 순간을 나중에도 기억하고자 그렸던 그림, 훗날 그 순간을 추억하며 그린 그림이 어우러진다면 읽을 만한 글이 되지 않을까 희망했다. 그리고 일생에 한번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펴낼 수 있다면 스스로 많이 뿌듯하겠지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글을 쓰기 위해 여행 다니거나 그림 그린 것이 아니었고 여행 다니다 보니 그림을 그렸기에 할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중 여행 때 썼던 일기를 다시 읽어보면서 일화들을 떠올렸고, 간단하게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행 사진 혹은 드로잉 한 사진을 통해 글감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매주 채워나갈 수 있게 도와준 든든한 소재가 되어주었다.
글을 쓰는 초반에는 의욕과 자신감이 넘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애석하게도 글을 잘 쓸 수 있는 자신감이라기보다 쓸 글이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남자가 칼을 꺼내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글을 쓰겠다고 했으니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글로 풀어내야 했고 그렇게 했다.
나의 매주 글쓰기를 지금 되돌아본다면 뭔가 많이 아쉬운 느낌이 강하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차를 만드는 레고라고 생각해보자. 레고의 목적은 설명서대로 천천히 만들어 차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써왔던 글은 '차'를 만들 수 있는 레고 부품들은 갖추었지만, 순서대로 차근히 만들어갈 설명서는 없다고 표현하는 게 꽤나 적절할 것이다. 한 편의 책으로 엮어내기에는 스스로가 아직 인듯하다.
'매주 토요일'이라는 틀 속에서 써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 힘들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매일 조금씩 글을 쓰고 고민했어야 했지만, 평일에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끝나고 나면 쉬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소홀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글 발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금요일 퇴근 후부터 토요일까지 고민을 하며 마른 수건에 물기를 짜듯 글을 썼다. 자연스레 글 자체만의 수준이라고 해야 할지 완성도라고 해야 할지 명확한 구분을 하진 못하겠으나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스스로 만족이라는 표현보다 격려를 해주고 싶다. 수고 많았다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음에도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썼으니 그것으로도 고생했다고. 최근 들어 그 한계를 더 많이 체감한 듯하다. 더 이상 매주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조금은 쉴 필요성도 느꼈고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을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제는 '매주'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그간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다. 그렇다고 글을 그만 쓴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전보다 빈도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쓰고 싶은 글이 생길 때면 틈틈이 써서 조금은 더 신경 쓴 글을 올리리라 다짐했다. 조급해하지 않고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고 조금씩 충전해야지.
2019년 11월 9일부터 2021년 7월 3일, 오늘까지 매주 글 쓴 나에게 다시 한번 격려의 박수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