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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Aug 02. 2019

교실 이야기

속 편하 교사가 되는 법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화장실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관리자나 교육부에서도 선생님의 휴게 시간에 대해 확실하게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다른 힘든 직업들과 비교한다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사회에 화장실을 원할 때 갈 수 없다는 근무 조건이 붙는다면 경악할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화장실이 급하다면 갈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화장실에 가기 불편한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엔 수업을 해야 하고 수업을 하지 않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쉬도록 지켜봐야 한다. 근무시간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 교사의 책임을 묻기 때문에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까진 맘 편히 화장실을 갈 수 없다.


 쉬는 시간에 볼일을 본다 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람들이 알지 못할수록 좋고 신경 쓰이는 요소가 적을수록 볼일의 만족감도 성취도도 높아진다. 하지만 아이들 무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화장실은 불편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없는 화장실을 가기엔 거리가 멀어 자리를 오래비워야 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있는 동안에도 화장실을 내 집처럼 편하게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돌파구는 수업 시간에서 찾아야 한다. 수업시간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보다 길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확률도 높아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앉아서 수업을 하는 도중에 안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더 낮다. 치밀한(?) 계산 끝에 볼일을 성공적으로 마칠 기회를 찾은 것 같다.


 하지만 무턱대고 자습이나 문제풀이를 시켜놓고 자리를 비우기엔 수업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맘이 불편하며, 빠져나가는 모양새도 화장실이 급해 보이는 티가 난다. 잠깐이지만 오롯이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선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해야 하며 자리를 비워도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마치 제임스 본드처럼 미션을 훌륭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교사의 치밀한 수업 준비가 필요하다.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며 수업 시간에 교사는 뒤로 물러나 조력자 및 인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가게 되면 선생님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선생님들은 자유를 얻는다. 이런 수업에서 선생님은 동선이 자유롭고 학생과 마주하는 시간도 불규칙적이다. 복잡한 설계 덕분에 은밀한 미션을 수행할 틈이 생긴다.


 만반의 준비가 된 수업에서 학생들은 정신없이 활동에 빠져들 것이다. 선생님은 뒷문을 닫고 나와 화장실로 가서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편안하면서도 신속하게 미션을 해결하면 된다. 좋은 수업을 한다는 것은 속이 편한 교사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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