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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Jul 25. 2019

교실 이야기

두 개라서 완벽하다, 두 개라서 불안하다.

'미묘한 삼각관계'


 십여 년 전 해외여행을 할 때 만난 한 일본인이 이 말을 하면서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거의 같은 발음과 뜻이라며 알려준 적이 있다. 발음을 떠나서 그 뜻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미묘한 삼각관계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흥미를 유발하는 사건들 중 하나다.


 우리 삶에는 삼각관계만큼 미묘한 것도 없다. 사각도 오각도 아닌 삼각. 발음도 재미난 미묘한 삼각관계는 우리 몸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팔은 두 개다. 태어나면서 대부분이 가지게 되는 두 팔은 완벽하다. 한 팔도 세 팔도 아니라서 우리는 몸을 지탱하고 균형을 잡고 똑바로 걸어가는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동시에 두 팔은 불안한 경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덥석 손을 잡는 박력에 흠칫 놀라는 여자 아이는 유순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반대편 손을 덥석 잡힌다. 양 손을 잡히고 나니 인기녀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차라리 팔이 하나라면 두 명씩 짝 지어 놀면 되니 좋으련만 팔은 어깨 끝에 나란히 달려 있어 두 손을 맞잡고 걸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비게 되는 한 손은 치명적인 유혹의 대상이 된다. 교실에서 삼각관계는 이러한 생물학적인 원인에서 시작된다.


 양 쪽의 아이들은 손을 계속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인기녀가 고개를 반대편으로 더 많이 돌릴 것 같은 불안함을 동시에 느끼는 까닭에 서로 밀고 당기는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한다. 또 시선을 인기녀 쪽으로 두었는데 마침 건너편의 라이벌을 서로 쉽게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멀리서 지켜보면 주변의 공기 흐름마저 미묘하게 달라 보인다.


 인기녀와 학생 A는 성격이 통하고 인기녀와 학생 B도 통한다. 하지만 학생 A와 학생 B는 성격이 잘 안 맞다. 선생님은 수업이나 생활 중에 교묘히 두 사람이 협력하거나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갈등을 풀어나가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이미 두 사람의 마음엔 인기녀에 대한 질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한 명이 더 끼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각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다. 손을 잡는 행위는 여학생들에겐 상당히 의미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옆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은 TV의 유명 MC들의 위치 배열만큼이나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다. 학생 C는 인기녀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 명을 이겨야 한다. 아니면 한 자리 건너 위치하여 4인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


 예상되었던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은 나를 찾아온다. 애초에 인기녀가 공평한 우정을 나눠줄 수 없지만 아이들은 아직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공평할 수 없는 인간관계에 대해 알려주고 갈등이 최대한 덜 생기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최선이다. 울고불고하는 아이들을 달래어 보낸다.


 인기녀 양 옆에 나란히 손잡고 여전히 경계를 풀지 못하는 둘과 마음이 가장 가벼워 보이는 4인자를 보면 웃기면서도 서글프다. 인간의 팔이 두 개라서 삼각관계가 생기기도 하지만 두 개라서 다행인 것 같다. 팔이 세 개, 네 개라면 인기녀 주변엔 아이들도 그만큼 늘어나고, 더불어 생길 수많은 갈등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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