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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Aug 06. 2019

교실 이야기

직장 내 괴롭힘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었다. 사회 여러 곳에서 힘을 모은 까닭이다. 언론에서는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시민들은 여러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공유하고 공감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여러 직업인들은 직장 내 문화를 꼬집으며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나 들여다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직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가르쳐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너 개의 학교를 졸업하는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학습 주제를 관련된 수업을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학교 밖에서 겪었던 인간관계 속에서 직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가족, 친척, 동네, 모임, 종교, 군대, 등 다양한 무리 속에서 체계 없이 배운 것을 가지고 직장 내 괴롭힘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런 싸움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의 질과 양은 사람마다 다르며 큰 범위의 정답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가치관과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 상사인 경우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직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대학교에서 학번과 나이에 대한 문제, 빠른 년생의 문제, 군대 내의 기괴한 관습 등을 통해 이미 기본 스텝을 밟는다. 서로 형, 동생 하며 반말로 잘 지내던 1학년과 6학년은 어느새 한쪽은 모시고 다른 한쪽은 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학교는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 찾아올 문제를 잘 알면서도 초, 중, 고를 거치는 12년 동안 다른 나이의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한 학습은 전혀 하지도 받지도 않고 있다.


 물론 도덕이나 윤리, 생활지도를 통해 간접적인 지도는 받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사 및 기본 생활 예절에서 그치며 철저하게 다른 나이의 학생들과 협력하거나 부딪힐 기회를 주지 않는다. 같은 나이의 사원만 모여 있는 직장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경험을 12년간 쌓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또한 기형적인 인간관계 형성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강의식 수업이 당연한 교실에서 선생님은 지식에 대한 권위를 가지고 학생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지식의 우위는 수업 시간을 넘어서는 영향을 미친다. 교사의 말에 절대복종하던 시절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의 학교는 달라져 간다. 지식의 우위는 이미 구글이나 유튜브에 빼앗긴 지 오래되었으며 세계는 지식을 잘 암기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길러내도록 이야기한다.


 덕분에 선생님의 역할은 조력자, 조언자, 설계자로 바뀌어가고 교육의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까지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며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호재(?)로 동학년의 수도 점차 줄어들어 학년 간 교류와 협력이 수월해지는 상황에 놓여있다.


 학교는 이러한 분위기에 탄력을 받아 제대로 변해야 한다. 실제 사회에서 접하는 연공서열, 연령서열의 그릇된 점을 타파하고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이유로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선을 넘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어릴 적부터 철저히 교육하고 내면화시켜야 한다.


 학교가 바뀌기 어렵다면 선생부터 변해보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면 일단 멈추고 생각해보자. 정말로 누가 봐도 교육적으로 타당한 이유로 학생을 힘들게 한 건지 아니면 그저 직장 내 괴롭힘을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었던 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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