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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Aug 12. 2019

교실 이야기

교육복지돌봄행정지원센터

 경기가 안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 뉴스에서 경기가 좋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여전히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알다시피 결혼 및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부모 도움 없이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이니 당연한 현상처럼 보인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학교는 어떻게 될까.

 통계를 들여다보면 미래를 추측할 수 있다.


 구글링을 한 바에 따르면 2020년에 전국의 초등학생은 270만여 명이고 10년 뒤, 2030년이 되면 180만 명이 된다. 10년 사이에 90만 명이나 감소하는데 이는 현재 학교당 평균 학생수가 400~500명인 것을 생각하면 수치상으로는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초등학교가 폐쇄될 수 있는 미래가 온다는 것이다. 또, 인구가 감소할수록 도시로 사람이 집중되고 외곽지역은 더욱 쇠퇴한다는 관점에 비추어 모든 사람이 도시로 몰려든다고 가정했을 때는 전국의 읍면 단위에 있는 학교가 모두 폐쇄될 수 있는 통계 수치가 된다.


 어떻게 변화할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전국적으로 학교의 수가 조정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학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현재로선 암담한 미래가 그려진다. 사교육에 밀린 학교는 벌써부터 설립 목적에 반하는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위협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은 학교의 위치를 고려하여 남아도는 교실의 사용을 지적하는 정책 입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강요당하는 변화는 ‘교육에 관한 관점’이 우선시되지 않는다. 공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거나 남아도는 교실을 다양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교실로 만들 기회로 생각하는 대신 ‘부동산에 관한 관점’으로 정책을 제안한다.


 새로운 시설들을 위해 기존의 부동산을 갈아엎자니 비싼 값을 치러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학교는 주로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큰 도로를 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학교의 넓은 ‘유휴공간’은 매력적인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이슈가 생기자, 남아도는 초등학교 교실을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미취학 아동기관은 아이들과 교육에 관련된 시설이니 비교적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도 있다. 마치 사립처럼 유, 초등 교육의 일관된 운영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면 유, 초, 중까지 통합될 수 있으며 어쩌다가 고등학교까지 통합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과 관련 있는 여러 복지센터, 복지관, 돌봄 센터, 아동지원센터 등 수많은 기관이 학교에 들어올 수도 있다. 유관기관의 통합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수요자의 입장에선 아이들에 대한 모든 행정, 교육, 복지, 돌봄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이런 예측과는 반대로 학교는 아주 전통적인 모습 그대로 남게 될 수도 있다. 3개의 학교를 1개로 통폐합시키고 유용한 위치의 학교는 공공기관으로 리모델링하거나 경매로 넘기는 것이다. 아니면 학교를 뚝 잘라서 본관 건물은 학교, 후관 건물은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설 수도 있다. 이미 고령 인구가 학령인구를 넘어서는 시점에서 당연히 생각해볼 수 있는 변화다. 노인 인구가 넘쳐나면 의무 요양이 생길지 누가 알까. 넓은 운동장과 낮은 건물은 노인 관련 시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하여 활용할 수 있다.


 어떤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10년 뒤 현재 기준으로는 무려 1,800여 개의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과 변화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다만 세상이 아무리 성과와 효율을 중시해도 학교라는 공간은 아이들을 우선으로 생각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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