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탄생하면 강렬히 떠오르는 장면은 연어의 산란이다. 연어의 한 살이와 그들의 희생이 수없이 회자되었기 때문일까. 육아에 지쳐 있다가 문득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 텅빈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얼굴을 보며 문득 연어가 떠올랐다.
연어는 수개월간 수천 km에 이르는 여행을 거쳐 바다에 도착하고, 바다에서 살아남아서 다시 험난한 여정을 거쳐서 겨우 돌아온다. 그리고 산란을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매 순간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연어처럼 스스로를 소진시켜서 죽어가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산란 과정 속에서포착된 연어의 대가리는 언제나 그렇듯 표정이 없다. 죽음을 곧 앞두고 있지만 너무나도 담담해 보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더 숙연해지고 처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토록 험난한 삶을 살아온 이유가 종족 번식의 짧은 순간 때문이었다는 점이 허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종족 번식에 성공하여 눈 감는 연어도, 도중에 낙오되어 곰에게 먹히는 연어도 모두 연어라고 부른다. 낙오되는 수많은 연어들은 한 치 앞을 모른 채 눈 앞의 폭포를 뛰어넘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인간도 그러하다. 각자 다르게 사는 것 같지만 멀리서 지켜본 모습은 맹목적인 연어들과 같아 보인다. 우리를 지켜보는 누군가만이 알고 있는 그곳을 향해, 우리는 그저 살아갈 뿐이다.
연어가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수정란만 수정시켜놓고 눈을 감는 연어처럼 삶을 마감한다면 2세를 걱정할 필요 없고 부모가 짊어질 무게가 한결 가벼울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너무나도 길어서 2세가 3세를 낳는 것까지 볼 수 있는 기쁨도 얻지만 2세가 먼저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부모의 삶을 살기 시작한 지금, 나는 어디쯤에 있는지 궁금하다. 여전히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중인지, 강의 상류로 열심히 돌아가는 중인지, 앞으로 어떤 수많은 변수가 있을지. 과연 소수의 연어들처럼 인간이라는 존재의 목적을 달성하고 마음 편히 눈 감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