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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Oct 24. 2021

가족의 완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둘째는 언제 가질 거야?"


 친하지도, 그렇다고 남도 아닌 사이에서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들을 할 때가 많다.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도 조심해서 꺼내는 화제에 대해,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쉽게 질문을 던진다. 쉽게 던지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을 해준다. 그날도 상대방이 듣고 싶은 대답을 대충 해주었다.


 "네, 한 일, 이년 더 있다가 낳으려고요. 외동으로 키우면 외롭잖아요~."

 "근데, 그건 어른의 생각이고 태어날 때부터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하네요."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었다는 듯 신난 표정을 짓는 사람을 가로막고 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둘은 언쟁을 시작했다. 그들의 근거는 대부분 아는 사람 한두 명의 사례, 또는 자기 삶에 불과했지만 서로의 삶을 타인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대화를 쉽게 끝내지 않았다.


 삶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여전히 잘못된 질문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가족이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전혀 나쁘지 않지만 인생에 하나의 길만 있는 것처럼 질문하는 습관은 불편하다.


 "결혼은 언제 할 거야?"


 30대 중반의 성인이 듣는다면, 언젠가는 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지금 지나가고 있다는 압박감을 주는 질문이다. 인간관계가 좁고 사교성이 떨어지는 나조차도 저렇게 무신경한 질문에 질릴 정도다. 결혼하기 전에는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을 받았고 결혼 후에는 언제 아기를 가지냐고 질문을 받았고 이제는 둘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저런 사람들 머릿속에는 하나의 가족만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부부와 아들, 딸 하나로 구성된 네 명의 단란한 가족이다. 또는 남매 대신 형제나 자매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부부에 자녀가 두 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누군가 그려놓은 가족의 형태에 남들도 똑같이 한 발짝씩 다가서기를 원하거나 또는 가족은 그래야만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에 있다 보면 학생들과 가족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이혼 가정은 너무 흔하고 생각도 못한 가족의 형태가 많다. 가족의 수, 같이 사는 기간, 같이 사는 장소까지 고려하면 TV에 나오는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는 이상이 아니라 많은 가족의 모습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어도, 어머니가 없어도 아이들은 태연하다. 아직까지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가 주입되지 않은 아이들은 누군가가 없다는 말을 스마트폰이 없다는 말보다 더 자연스럽게 한다. 그리고 TV에 나오는 가족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란다.


 우리 가족은 부부와 아들 한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하디 흔한 자녀가 하나인 가족이다. 둘째는 언제 낳냐고 묻는 사람들도 흔하지만 우리 가족은 아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외동을 키우는 부부의 편을 든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으로만 존재한다. 


 우리 부부는 자의로 부부가 되었다. 준비는 채 되지 않았었지만 결혼 적령기보다 빨랐다. 시간이 흘러 자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들을 낳았다. 의도하여 2세를 가졌지만 아들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고, 아들도 선택할 기회가 없이 우리 부부의 아들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자녀가 한 명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보다는 세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형태를 받아들이고 집중하는 중이다. 우리 가족에게도 아직 밟아야 할 단계가 있지만 그 단계가 새로운 가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저마다 다른 가족의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처럼, 우리도 지금 가족이 편안하고 당연한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는 중이다.


 자녀가 둘이 되는 것이 가족의 완성을 뜻하지 않는다. 지금 같이 사는 사람들과 어려움을 같이 견뎌내며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의 가족은 완성이다. 아이가 밝은 얼굴로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수 있다면 그 아이에겐 자신의 가족이 완벽한 안성맞춤 가족이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생기 넘치는 눈동자를 한 아들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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