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 예민한 ‘나’ 정상인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조금 불편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일처리, 공정하지 못한 성과체제, 비상식적인 언행, 멍청한 시스템 등이 될 수 있겠다.
이 모든 것들이 문제가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다. 심지어 이 문제의 장본인도 대략 짐작은 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누구나 문제를 발견하지만 그 누구도 문제를 공론화하진 않는다. 가려운 부분을 긁는 것이 아니라 덮어버린다. 우린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솔직히 나도 마찬가지다.
혁명의 주도자처럼 손 번쩍 들고 반기를 들고 싶지만 마음만 그렇다. 현실은 조그마한 방구석 뒷담꾼일 뿐이다. 속세에 미련 없이 모든 짐을 메고 헌신할 위인이 아닌 이상 우린 날 선 모습을 감춰야 한다. 그렇게 배웠고 그것이 사회생활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려운 부분을 덮느라 시간을 보냈다. 덮다 보니 작은 가려움은 느낌조차 오지 않는다.
“드디어 내가 어른이 됐구나!”
불편함을 보고 손을 들기보단 비겁하게 못 본척했다. 적어도 나는 위인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했다. 물이 고이면 썩듯 나는 썩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라마 한 장면을 보게 됐다.
“나는 너 지금처럼 뾰족뾰족한 게 좋아
젊은 경찰의 특권이지 뭐 ,
그게 맞다고
기죽지 말고 늘 지금처럼 행동해
그래야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게 변하지 “
-라이브 14화-
한 젊은 경찰이 느낀 불편한 문제로 상사와 이야기하는 중 상사가 젊은 경찰에게 해준 조언이다. 드라마 내용상 젊은 경찰은 결국 문제를 공론화시키지는 못했다.
이상하게 몸이 가려워지기 시작한다. 온몸에 덕지덕지 덮여있던 가려움이 느껴진다. 내 안의 감춰있던 뾰족함이 터질 것만 같았다. 불편함에 눈을 가린 내 모습이 싫었다. 그렇게 깨달았다.
세상에 타고난 위인은 없다.
세상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헌신할 위인은 없다. 하지만 뾰족함은 있다. 그것이 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세상 아니, 회사는 절대 혼자 힘으로 바뀌지 않는다.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불편한 것을 예민하게 보는 뾰족한 보통사람들의 용기가 회사를 변화시킨다.
당신의 그 뾰족함을 감추지 말라,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진심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뾰족해야 가려운 곳도 시원하게 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