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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Jun 13. 2021

진심은 언제나 뾰족하다.

직장생활에 예민한 ‘나’ 정상인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조금 불편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일처리, 공정하지 못한 성과체제, 비상식적인 언행, 멍청한 시스템 등이 될 수 있겠다.


이 모든 것들이 문제가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다. 심지어 이 문제의 장본인도 대략 짐작은 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누구나 문제를 발견하지만  누구도 문제를 공론화하진 않는다. 가려운 부분을 긁는 것이 아니라 덮어버린다. 우린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솔직히 나도 마찬가지다.

혁명의 주도자처럼 손 번쩍 들고 반기를 들고 싶지만 마음만 그렇다. 현실은 조그마한 방구석 뒷담꾼일 뿐이다. 속세에 미련 없이 모든 짐을 메고 헌신할 위인이 아닌 이상 우린 날 선 모습을 감춰야 한다. 그렇게 배웠고 그것이 사회생활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려운 부분을 덮느라 시간을 보냈다. 덮다 보니 작은 가려움은 느낌조차 오지 않는다.


드디어 내가 어른이 됐구나!”
 

불편함을 보고 손을 들기보단 비겁하게 못 본척했다. 적어도 나는 위인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했다. 물이 고이면 썩듯 나는 썩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드라마 한 장면을 보게 됐다.

나는  지금처럼 뾰족뾰족한 게 좋아
젊은 경찰의 특권이지  ,
그게 맞다고 
기죽지 말고  지금처럼 행동해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게 변하지 “
-라이브 14-

한 젊은 경찰이 느낀 불편한 문제로 상사와 이야기하는 중 상사가 젊은 경찰에게 해준 조언이다. 드라마 내용상 젊은 경찰은 결국 문제를 공론화시키지는 못했다.


이상하게 몸이 가려워지기 시작한다. 온몸에 덕지덕지 덮여있던 가려움이 느껴진다. 내 안의 감춰있던 뾰족함이 터질 것만 같았다. 불편함에 눈을 가린 내 모습이 싫었다. 그렇게 깨달았다.


세상에 타고난 위인은 없다.



세상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헌신할 위인은 없다. 하지만 뾰족함은 있다. 그것이 그 무엇도 가지지 못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세상 아니, 회사는 절대 혼자 힘으로 바뀌지 않는다.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불편한 것을 예민하게 보는 뾰족한 보통사람들의 용기가 회사를 변화시킨다.


당신의 그 뾰족함을 감추지 말라,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진심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뾰족해야 가려운 곳도 시원하게 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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