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린 소모적인 일을 지속하는가?
직업 자체의 특성일까?
소모적인 일이 많다. 체력적으로도 소모적이지만, 요리를 하기 위한 부수적인 것들에 대한 소모다.
다른 직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땐 열정과 기대에 따른 넘치는 에너지가 나를 지지해준다. 개인의 장면이 아닌 속해있는 집단의 모습을 소유한다. 멋진 일을 하는 집단에 일원으로 어떠한 일을 해도 좋다. 비록 내가 하는 일은 설거지와 청소뿐이지만 그마저도 이 집단에서의 역할이라는 사명을 가진다.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거나 꿈이 가득한 사람일수록 소모적인 일에 둔감하다. 몸은 현실에 있지만 생각이 저 먼 미래에 있다. 그렇게 꿈 많은 청년은 소모적인 일들에 치여 자신을 잃어간다.
나 때도 그랬어
우리 땐 더 힘들었어
처음은 힘들지만 나중엔 괜찮아
눈앞의 멋진 선배들의 조언은 나의 나약함이 더욱 잘못인 듯 만든다. 용기를 내어 힘들다고 말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요즘애들’이라는 수식일 뿐 나아지는 것은 없다.
그렇게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한 사람의 자아가 아닌 직장에서의 ‘나’를 인지한다.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소모적인 일들이 어느덧 익숙해지고 당연해지기 시작한다. 일의 능률이 올랐다기 보단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라 말하는 게 더욱 솔직하다.
꿈을 찾아 선택한 ‘일’이라는 것이 오히려 내 꿈을 갉아먹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뭐가 잘못된 걸까? 소모적인 일들에 다치고 쓸려 엉망진창인 몸을 일으켜 보려 노력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어깨를 짓누른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실망이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방향표 없는 나침반 신세가 된다. 하지만 쉽게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소모적인 것들에 적응해버린 것이다. 본인이 소모되지 않으면 불안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몸과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지만 보면서도 모른척한다. 그 방법이 자신을 지키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한다.
소모적인 일들에 적응해버린 다는 것은 쌓거나 붙이는 작업이 아니다. 분명히 깎이는 과정이다. 나를 지키는 행동이 아닌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과정이다.
돌연하는 일을 멈추고 나에게 질문하자.
나 지금 뭐하지?
내가 이걸 왜 하는 거지?
‘왜’에 대한 답이 없는 일은 소모적일 확률이 높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시간은 당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 우리의 일에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더 이상 깎이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