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이 나쁜 거예요?
" 너 요즘 왜 이렇게 까칠해? "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 1년쯤 됐을까? 사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누군가 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나에게 스스로 이야기했던 것도 같다.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이라는 표현 말고 생각나지 않는 진부한 시간이며. 적응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내가 없으면 이 회사는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허영심도 소심하게나마 가져보는 때이다.
또 불만이 가장 많은 때이기도 하다.
1년 차가 되면 드디어 하는 일 외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보통 선배들의 문제점이나 회사의 부족한 시스템이 먼저 거슬린다. 군소리를 시작한다. 근데 보통 뒤에서 한다.
뒷담을 좋아한다. 심지어 잘한다.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뒷담을 잘하는 직원은 애사심이 있는 직원이다. 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뭐든 무관심보단 낫다. 나라면 그렇게 안 했다는 둥 내가 더 잘하겠다는 둥 시키지도 않은 역할 시뮬레이션도 알아서 한다. 잠깐이지만 리더도 되어 본다.
후임끼리의 연대도 생긴다. 비슷한 처지와 상황의 조직이 생긴다. 뭐.. TF팀이 별거인가? 보통 동기애가 이렇게 시작된다. 동기사랑 나라사랑, 원래 비밀이 많은 조직이 더 끈끈하다. 사람이 많으면 정보가 돈다. 얻을 것이 많아진다. 비밀정보 단체처럼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은 근무시간이 아니어도 자발적으로 한다. 뭐 결론은 회사 입장에서도 뒷담이 꼭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뒷담은 언론의 역할도 한다. 올바르지 않은 것들을 비판하고 의심스러운 것에 사실을 밝히며 어떤 문제에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 말이다. 세상엔 알아야 할 정보들이 너무 많다. 또 놓치면 안 되는 문제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뒷담은 가장 긴밀한 정보교환이며 가장 사적이며 공적인 언론의 기능을 담당한다.
"둥글게 둥글게"
어릴 때부터 우린 모이면 꼭 둥글게 모였다. 생각해보면 참 공평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다 중앙을 향해 말할 수 있다. 말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 책임을 원 가운데로 던졌을 때 우린 그 책임을 공평하게 나눠 갖는다. 혼자서는 견뎌낼 수 없는 사회의 무거움이 있다. 우린 그저 혼자서는 들기 버거운 사회의 무거움을 나누는 작업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둥글게 살라고 하던데 어쩌면 뒷담을 하는 것이 둥글게 사는 방법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