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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영 Aug 30. 2021

드디어, 재밌는 일을 찾았습니다.

재밌는 일은 무엇일까?


일은 재밌을 수 없는 것일까?


학창 시절, 말하는 대로 꿈이 이뤄질 것만 같았던 동화 속 어른들의 세상은 생각보다 냉철하다. 노력이라는 과정을 결과가 이쁘게 봐주면 좋으련만, 야속하게도 성과 없는 과정은 노력이라는 이름표를 달지도 못한다.


돈은 괜찮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는 패기는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의 것은 아니다. 소망을 축소하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때 묻은 어른들의 말에 더욱 신뢰가 간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치열한 영토전쟁은 계속되지만 끝내 할 수밖에 없는 일에 땅을 빼앗기고 만다.


가끔 책 속의 영웅이 모든 것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 자신 있게 말하지만, 영웅의 찬란함에 속아 용기를 찾는 것도 잠깐이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이 이런 존재다.


많은 직장인들이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꿈꾼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렇다. 물론 가끔 운이 좋은 경우하고 있는 일에 재미가 붙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또 가끔은 정말 일을 즐기며 하는 사람도 있다. 위인이다. 친하게 지내라.


생각이 많아지면 본질은 흐려진다. 이렇게 생각이 많아질수록 생각을 단순화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일은 재미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먼저 재미에 대한 정의를 해야겠다.


기본적으로 재미는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흥미’의 재미와는 조금 다르다. 그러니깐 ‘재밌다’는 ‘즐겁다’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즐겁다’라는 말은 무엇일까?

[즐거움]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   


즉, 불편한 마음 없이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재밌는 일’인 것이다.


어찌 말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오해는 말자. 그저 나는 단어가 주는 생각의 한계를 부수며 조금 유연하게 ‘재밌는 일’을 나름대로 정의하는 중이다.


그러면 거슬림 없다는 것이 뭘까? 거슬림이 없다는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편하지 않다는 뜻이다. 일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일을 하다 보면 상당히 불편한 경우가 많다. 불편한 상사나 선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 이런 건.. 잡음이다.) 내 소신대로 할 수 있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내 동료의 예를 들어보려 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일하는 것이 재밌지 않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요리 자체가 재밌어서 요리를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동료는 혼란스러워한다. 학창 시절 내내 재밌다고 생각한 일이 결국 재미없다는 생각에 이르니 좌절감만 일어난다.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재밌다의 관점을 흥미가 아닌 소신으로 바꿔본다. 그는 단순히 요리 자체에 재미를 못 느낀 것일까? 시간이 흘러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는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사람을 구하는 일에 본인의 사명이 있었다. 또 그 친구의 소신은 “배고픈 사람의 배를 채워주는 일”이었다. 나와 동료가 일했던 회사는 사실상 부자가 많았고 그의 소신을 지키기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에겐 그 일이 불편했다.

우리는 종종 우리가 하는 일, 더 정확하게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대학 전공, 스펙, 자격증, 등 많은 부분들이 행위적인 일에 집중되어있다. 그렇게  재미를 가장한 흥미로운 일에 자신을 맡긴다.


재밌는 일은 흥미로운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소신을 지킬 수 있는 일이다. 불편함 없이 떳떳한 일이다. 우리의 초점이 더 이상 행위에 있지 않았음 한다. 우리의 일이 직업에 국한되지 않았음 한다.


앞서 말한 내 동료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스펙을 쌓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일이 아닌 떳떳한 일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무엇인가 시작하기엔 한 발 늦었지만 난 확신한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누구보다 재밌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신을 지키는 일은  소수의 위인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인간이 존엄하다면 우리의 유한한 삶을 위해 그 누구보다 소신 있게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재밌는 일의 조건이고 일을 재밌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재밌는 일은 단순하다. 떳떳한 일, 그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는 소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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