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란 무엇일까?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은 없었고, 있더라도 내 것이 아니었다.
방향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나는 퇴사했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있다. 많은 채용공고에서 “성장을 원하는 분 ”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직장인들에게 성장은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나 역시 그렇다. 단순히 돈을 많이 주거나, 몸이 편한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고등학생, 대학생 모두 조리과를 전공했다. 심지어 군대까지 조리병과를 나왔으니 ‘조리’ 쪽으로는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심지어 대학은 2개나 다녔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요리사’였다. 정확히는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활동을 했음에도 모든 일의 중심은 ‘요리’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요리사’가 되었다. 그간 열심히 ‘요리’를 공부한 것들을 인정받으며 국내 미슐랭 스타를 받은 파인다이닝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근무를 시작한 첫 해는 정말 재밌었다. 처음 보는 식재료를 손질하고 공부하며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현장의 경험과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좋은 곳에서 근무했다. 그렇게 1년을 성장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배움이 아직까지 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으니 정말 질 좋은 성장을 한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1년이 지난 후부터였다. 재밌고 신기했던 경험들은 자연스레 무뎌졌고,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아닌 편함이 더욱 많아졌다. 누군가는 능숙함이라 말하지만 나에겐 성장이 멈춘 것 같았다. 더 이상 주방 안에서의 새로운 자극은 없었고, 있더라도 내 것이 아니었다. 늘어나는 변명과 나의 안일함에 매번 실망했다. 방향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입사한 지 2년이 되는 날, 나는 퇴사했다.
시간이 지나 그 당시를 생각해 본다. (자신이 했던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진짜 퇴사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바로 성장의 부재다. 여기서의 성장은 조직자체가 아닌 조직에서의 개인의 성장을 말한다. 입사 후 1년은 분명 성장을 느꼈다. 처음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라 두렵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선배가 후배를 꾸짖는 문화가 있는 조직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주방이란 공간의 압박과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실수도 잦았다. 모든 행동에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다 보니 잘한다라는 말은 듣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잘하는 선배들을 보며 기술을 연마하고 부족하지만 스스로 공부도 하면서 실력을 키우려 노력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내가 맡은 일은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무리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1인분은 했던 것 같다. 압박과 긴장은 확연히 줄어들었고 (위에 있는 선배들이 나갔다..)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덕에 ‘이제, 할 줄 아네?’라는 말도 들었다. 나름의 능숙함과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입사했을 때의 뜨거움은 서서히 식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그 당시의 성장의 동력은 내가 아닌 ‘남’이었다. 처음이라는 환경이 ‘성장’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처음의 설렘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순간 내 성장은 멈춰버린 것이다. 그러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한 것일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나는 의도한 성장이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내 경험으로 보면 성장은 몇 단계를 걸쳐 발현된다.
성장의 발현 단계
[의도] — [기회 & 도전] — [위기] — [노력 & 실력] — [극복] — [인사이트 & 결과]
우리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도전과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일을 처리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즉 위기다. 위기는 노력 혹은 실력을 통해 해결되고 극복된다. 그리고 결과를 얻게 된다. 여기서 도전과 기회에 있어서의 결과가 실패냐 성공이냐는 크게 중요치 않다. (성과는 중요할지도..) 결과를 위해 정말 에너지를 쏟았다면 분명 그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을 것이다. 이러한 성장의 단계를 효과적으로 많이 내어 다양한 인사이트가 쌓인 사람을 우리는 경험 많은 경력자라 한다. 그리고 실력 좋은 사람이라 한다. 그렇기에 직장에서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당연히 도전과 기회를 많이 주는 회사에 가야 한다. 내 성장을 위한 기회가 있는 설렘과 긴장감 가득한 조직에 몸을 담아야 한다. 단순히 편한 회사가 아니라.
당신이 하는 일 중에 기회를 통해 도전하고 있는 일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혹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잡고 있는가? 다르게 말하면 얼마나 설레면서 일하고 있는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하는 일이 더 이상 설레고 긴장되지 않는다면 성장이 멈춰있다는 증거다. 만약 내 성장이 멈췄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유를 찾아야 한다.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고, 기회는 주지만 본인이 도전을 하지 않거나 기회라 생각하지 않아 소극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엔 내가 속한 조직이 성장을 바라는 조직인지 체크해야 하고, 기회가 충분함에도 내가 도전하지 않는다면 내가 도전하고 싶은 일이 아닐지도 모르니 퇴사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선 나의 경우가 바로 이경우인데, 레스토랑의 특성상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곳이라 직원들에게 특별한 도전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 같다. 혹은 내가 그 기회를 소극적으로 날려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결론은 내가 원하는 성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회를 주지 않는 조직은 다 퇴사하라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의도한 성장’이다. 조직이 아닌 나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을 만드는 것이다. 화려하고 멋진 일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습관처럼 하는 일에도 분명 도전해 볼 만한 기회들이 널려있다. 우리는 그러한 기회를 스스로 잡고 성장의 단계를 스스로 밟는 것이다. 반복된 성장은 눈에 띄기 마련, 의도한 성장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의 속도는 조직 내에서도 인정받을 것이다. 그럼 곧 당신에게 도전할만한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는 진부한 표현도 있지 않은가? 고전은 언제나 이유가 있다.
꾸준하다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꾸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성장이 필요하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의 이면엔 보이지 않는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즉 꾸준하다는 것은 스스로 설렘과 긴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꼭 새로운 일을 하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다.
성장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습관이 있다. 바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설레게, 긴장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분명한 성장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끊임없이 설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성장하는 사람의 습관이다.
오늘, 당신은 설레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