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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Apr 19. 2020

덜커덕, 계약이 성사됐다.

프롤로그1_단독주택 전세계약을 맺다  

사흘 전 남편이 '덜커덕' 문자를 했다. "계약했어"라고.

한참 일하고 있었는데, 그 문자를 본 순간부터 아랫배가 살살 간지럽더니 식은땀이 났다. 


드디어. 단독주택에 살게 된 거다!




전세 만료를 앞두고 여기저기 집을 보러 다니던 지난겨울. 그 유명하다는 마포 대단지 아파트부터 테라스가 있는 빌라, 단독형 아파트, 회사 앞 대단지 아파트, 연희동 단독주택까지... 보면 볼수록 답은 안 나오고 심란해진 끝에, 결국 지금 사는 집 '1년 재계약'으로 시간만 조금 벌어놨다. 그러던 중 남편이 찾아낸 경기도 단독주택단지 전셋집. '여기는 한국인가 미국인가' 싶은 정갈한 동네 분위기에 일단 뿅 반했는데, '그 집'에 들어가 보고는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동안 생각했던 살고 싶은 단독의 조건, 

1. 거실에 들어가면 '탁 트인' 느낌이 날 것

2. 마당이 아담할 것(=감당 가능할 것)

일단 이 두 가지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했다. 


아담한 마당_민들레꽃이 이쁘다


그다음, 마음을 끈 건 '창'이었는데, 창을 정말 정성스럽게 낸 집이었다. 'ㄱ'자로 꺾여 가로로 긴 안방 창은 바깥 풍경을 가장 아름다운 프레임으로 잡아냈다. 1층 방 창문으로는 마당 한켠이 보이는데, 작은 툇마루가 있다. 실제 사용하는 툇마루는 아니었지만 그 풍경이 너무 고왔다. 역시나 주인집에서는 그 창 앞에 툇마루가 보이도록 찻방을 꾸며놓으셨다고 한다. (게다가 창호가 유명한 브랜드 이중창인걸 보니, 최근 한번 손을 보신 것 같았다!) 


그다음 동네를 돌아보았다. 근처에 있는 회사 지사에서 1년 정도 일해서 어느 정도 익숙한 동네다. 지하철 역은 1km 조금 넘는 곳에 있고 지하철역 주변으로 구청, 아웃렛, 백화점 등 번화가가 있다. 반면 선을 그어놓은 듯 동쪽은 산을 중심으로 양쪽에 조용한 단독주택단지가 들어섰다. 길 건너가 산이니 좋은 환경에서 단독주택 생활을 하면서도, 반대편으로 쭉 나가면 번화가니. 생활도 크게 불편하지 않겠다 싶었다. 




처음부터 단독주택은 '전세'로 알아봤다.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지만, 살아본 적이 없었다. 무섭진 않을까, 관리가 어렵다는데 가능할까, 맞벌이 생활패턴에 안 맞지 않을까...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단독에 전세로 살아본 다음, 그 이후 우리의 삶의 방향을 잡아나가 보자 했다. 살아보고, 우리랑 안 맞다 싶으면 대단지의 품에  안기기로. 우리는 좋지만, 아이 삶에 맞지 않다면 다시 아파트로 가기로. 혹은, 반대로,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게 더 행복하다 싶으면, 그때부터는 정말 오래 살 '우리 집'을 찾아 나서기로. 




그런데 그 집. 남편이 한 차례 먼저 보고 오고. 내가 보러 갔더니, 이미 선계약을 걸어놓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 내 순서가 안 올 수 있다니...!!! 그 순간부터 엄청나게 그 집에 살고 싶어 졌다. 부동산 쪽에도 '관심 있어요' 정도만 내비치려 했건만... 그 자리에서 "우리가 할게요, 우리가 할게요, 우리가 할게요"라고 해버렸다. 선계약 걸어놓은 사람이 고민 중인 거 같다고,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보라 해서. 그렇게 어영부영, 지금 사는 집 집주인에게 "이사 갈 '수'도 있다, 집을 내놓자"하고. 부족한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워보고 하던 중이었다. 그때, 단독주택 집주인을 만나기로 한 남편에게 '덜커덕' 문자가 왔다. "계약했어"라고. 


그래서 시작한다. 우리는 단독주택에 살기로 했다. 마당 있는 집에 살아보기로 했다. 2년간 진행될 일종의 '실험'이다. '어디에 살 것인가'에서 시작해 '어떻게 살 것인가'로 끝나는 이 지난한 질문에, 쌈박한 답을 내보기 위한 실험. 실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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