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굴에 갇힌 메아리
드디어 얼음굴을 벗어난다.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닮은
얼음 석순에 살갗이 베여도
이 악물고 버텨왔던 지난 날들.
얇은 얼음 막을 뚫고 드디어
햇살이 내린다.
눈두덩에 내려앉은 따스함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덜컥 발을 딛기가 겁이 난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고야 만다.
차가운 얼음이 파고드는 고통은 아직
잊지 못할 만큼 선연하다.
다만 문득 알 수 없는 미련이 동상처럼 들러붙어
상처 위에 눌은 거즈같이 진득하다.
고통은 관성이 길고
후회는 나지막하다.
짧은 탄식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영원 같은 탄식을.
다시 얼음굴을 헤매는
내 입가에 묻은 이것은
미소인가.
자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