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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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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담 Dec 17. 2017

고슴도치를 삼키다.

살아있던 감정에 대한 애도.

턱관절을 열어젖혀

주먹만한 밤송이를 욱여넣는다.

그것은 한때 살아있었음의 징표로

생물로서의 액취를 가진 것.


베이고 찔린 내피에서

비릿한 쇠냄새가 난다.

어쩌면 용광로의 끓는 혼합물이

식도를 타고 흐르는 듯하다.

그러나 위장까지 닿지 못한 채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작은 짐승아 네 녀석이 오히려 더 인간답구나.

너는 생의 마지막까지도 열렬히 살아있구나.


나는 타성에 젖어

가슴을 두드린다.

으레 막힌 것들이란 툭툭 쳐 털어내는 것이다.


걸릴 줄 알면서도 삼키려한 것은 용기가 아니고

가시쥐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려는 게 아니고

계속해서 바닥을 기는 자격없는 인생을 청산하려는 게 아니고

그저 온전히 아파야할 때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불쏘씨개라도 입에 넣었을 것이다.


아픔은 위액이 끈질긴 생명을 덮쳐

결국 마지막 숨마저 소화한 후에도

더욱 깊게 남을 것이다.

그것이 생명이 담겼던 것들의 지독한 점이다.


그러나 세월이 돌을 깎듯이

드디어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마침내 모든 고통이 끝났노라고 선언할 날이 온다.

기어코 생을 흔적으로 만드는 날이 온다.

내장 속에 무수한 가시자국을 숨기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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