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신 번호는 얼음 번호입니다.
긴긴 통화 끝
그대의 노곤한 숨결이
안심으로 다가올 때
나는 새삼 사랑을 느꼈다오.
가벼이 안부를 묻는 전화도
한참이나 서로 말이 없는 전화도
참 많이 하지 않았소.
이 긴 새벽을 말이오.
결심을 겹겹이 쌓아 올린
유리 성처럼 생각했었다오.
굳건히 서있다가도
당신의 손길 한 번에 무너지지 않소.
그 조각이 나를 할퀴지 않소.
그럼에도 보석처럼 면면히 아름답지 않소.
나는 매일 밤
기어이 당신 손에 부서지기를 바라 왔다오.
참 애닲소.
황량한 석회와 규소의 벌판에
서릿발 같은 설움이 남고
시린 꿈을 깨어줄 당신만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