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동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담 Mar 01. 2018

레테에게.

나의 친애하는 레테.

나는 참 잊기도 잘 잊습니다.

엊그저께즈음

현관 도어락의 비밀번호가 새로 바뀌었던 걸 잊었습니다.

멍하니 서너자리를 꾹꾹 누르고서야

실수를 눈치챘습니다.


나의 그리운 레테.

오늘도 당신과 흘러갑니다.

당신의 뜨거운 무기력함이 이따금 그립습니다.

아아. 두 우주 전의 나는 당신을 건너며 기억의 문을 잠갔지요.

다섯 우주 전의 나는 당신의 힘을 빌려 깨끗한 영혼으로 씻어졌습니다.


나의 동경하는 레테.

나는 참 잊어버리질 못합니다.

잊고 싶은 것은 쉽사리 잊히지 않습니다.

근래 가장 잊고 싶은 것은 폐의 사용법입니다.

당신과 가까워지는 길이 점점 달콤해보이는 군요.

매거진의 이전글 혜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