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위하여(For the Story)

제1장 이번 생엔... #1 눈을 감으면 도시는 물에 잠긴다 -13

by 단영화

“야~! 집에 가냐?”


느른한 봄이었다. 따뜻한 기운이 한껏 차올라 길가에 핀 민들레마저 보송보송하게 잘 말라 봄내음이 진동했다. 제 이름이 있지만 지나는 사람은 잘 모를 꽃이 진노란 꽃잎을 활짝 펴고 자태를 자랑했다. 그 사이를 윙윙 날아다니며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꿀벌의 통통한 엉덩이가 제법 무겁다. 타고난 오지라퍼인 친구는 지나가는 A를 알아보았다.


“학원 간다~”

“숙제는 했어?”

“내가 너냐? 너나 학교 숙제나 해가~”


친구는 대꾸 없이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옷깃이 흐트러진 하얀색 도복이 봄날의 따스한 햇살로 물들었다. A도 씨익 웃고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하-! 얍-!


친구는 타고나길 활발한 성격이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운동을 시작해서 국가대표를 목표로 했었다. 매년 대회에 나가 상도 꽤 타왔고 동네에서 운동이라고 하면 바로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유명했다. 친구의 가족들은 친구를 자랑스러워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운동을 좋아하고 장래 목표가 뚜렷하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는 무조건적 지지였다. 오늘의 즐거움이 목표인 A는 친구를 응원하기도 했지만, 무척 부러워했다.


이얍-! 하-!


불행히 친구의 꿈은 중학교 3학년 봄이 마지막이었다. 매년 나가던 대회에 친구는 늘 그렇듯 출전했다. 전년부터 이어진 컨디션 난조로 왼쪽 발목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고등학교 진학 문제가 걸린 중학교 3학년 대회를 놓칠 수 없었다. 친구는 불편한 발목과 시기적으로 받는 압박에 대회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평소 하지 않던 실수가 긴장에 실책이 이어졌다. 운동을 시작하고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한 번도 어려운 적 없던 발차기가 백만 근 추를 단 듯 다리가 무거웠다. 친구는 대회 당일 두 번째 경기에서 난생처음 시합에서 졌다. 졌다기보다는 지나친 긴장으로 정강이와 발목뼈가 부러져 대회를 포기했다. 친구는 대회 이후 여름부터 가을, 겨울이 다 되도록 부상을 치료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다리가 완치된 후에도 친구는 한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웃고 떠들며 일상을 보냈지만, 친구는 가끔 아득히 먼 곳을 응시하며 혼자 생각에 빠지곤 했다. 이후에 집 근처 가까운 고등학교로 같이 배정됐다. 일반 고등학교에 갈 생각이 없던 친구는 학교생활이 무척 무료했다.


“야, 너는 이제 나랑 이 대학을 갈 거야.”


역시 따스한 봄날이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생동하는 봄처럼 좋은 때는 없다. A는 교실 분위기에 섞이지 못하고 자꾸 겉돌려는 친구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점심시간 직후 친구는 혼자 교정 내 등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던 중이었다. 불쑥 코 앞에 반질반질한 종이 한 장이 들어왔다. 친구는 의아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A를 올려 보았다.


“앞으로 네 목표는 여기다.”

“... 뭐?”

“과는 알아서 고르고, 일단 학교는 거기야.”


A는 친구 옆 벤치 빈자리에 앉았다. 팸플릿을 친구가 잘 볼 수 있게 들고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친구는 황당해서 눈이 땡그랬다.


“... 내가 거길 어떻게 가? 여태 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


팸플릿을 본 친구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건 대학에서 발행한 홍보용 팸플릿이었다. 학교 건물 사진 앞에 학교 이름을 대문짝만 하게 박아 간단명료했다. 누가 봐도 명문 대학이니 홍보 따윈 필요 없다는 느낌이었다. A가 가져온 팸플릿의 대학은 현재 친구 상황에선 불가능한 목표였다. 인 서울에 상위권 성적이어야 하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공부는 여태 내가 했으니 넌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아~ 나 진짜 공부하기 싫은데~!”

“누군 좋아서 하냐? 일단 불평은 이 늪에서 빠져나오고 나서 해. 알겠지?”


그날부터였다. 공부인지 괴롭힘인지 모를 A 만행의 시작이. A는 평소 남에게 뭐든 강요하는 법이 없다. 오늘 즐거우면 되는 인생이라 남한테 뭐라 하기도 귀찮아했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맞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곤 했다. 특히 목표를 세웠을 때와 그 목표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폭군이 따로 없었다. 친구는 대학 진학할 때까지 고등학교 3년 시절을 생각하면 진저리 났다.


“앞으로 학교에서 자지 마. 눈에 띄면 얼굴에 낙서할 거야.”


A는 진지한 얼굴로 컴퓨터용 사인펜을 꺼냈다. 웃음기 하나 없는 진심이었다. 친구는 꿈이 좌절된 후 가장 큰 고난이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이제 대학 갈 때까지 네 인생은 내 손아귀에 있다. 네 체면을 생각해서 특별히 유성펜은 사용하지 않아 주마. 감사하지?”


아주 오랜 시간 A를 알았지만, 친구 인생에서 가장 황당하고 어이없는 날이었다. 친구의 예감대로 남은 모든 날은 고난과 역경이었다. 학교에서 잠 금지당한 이후로 A의 감시는 나날이 흉포했다. 졸기만 하면 귀신같이 쫓아와 깨웠다. 공부 패턴에 익숙해지고 나니 이번엔 일일 공부량이 폭탄처럼 늘었다. 학교 일과에 덧붙여 악마 같은 A의 숙제를 마쳐야만 잘 수 있었다. 친구가 공부하는 동안 A는 지치지도 않고 따라다녔다. 난생처음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다. 괴롭힘 당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족히 이해할 수 있었다. 새벽같이 A가 쫓아와 깨우는 통에 자기 전에 늘 믿지도 않는 신께 A가 이사 가게 해달라고 빌었다. A 몰래 이사 가자고 졸랐다가 감시 체제 3단계로 격상되어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고서야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그나마 성적이 오르면서 친구는 점점 A의 만행을 하소연할 수 없었다. 친구의 부모님은 A의 폭정을 상당히 좋아했고 새벽이면 쫓아올 A를 위해 손수 문을 열어 주셨다. 그렇게 눈물의 3년이 흘렀다.


“하하... 저거 내 이름이지?”

“고생했다.”


친구는 떡하니 A와 같이 목표로 한 대학에 합격했다. 합격을 위해 갈아 넣은 3년이 주마등처럼 지났다. 믿기지 않아 마우스를 쥔 손이 달달 떨렸다. 목표가 너무 높아서 불합격하더라도 좋은 경험이라 받아들이려고 했다. 어차피 공부에 뜻이 없었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일을 하려고 결심했던 터였다. A는 친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같은 과면 좋을 텐데.”

“아니야! 괜찮아! 하하!”


성적 발표 후 친구는 아득바득 우겨서 A와 다른 과를 간신히 선택했다.


“야야, 거기 잘 잡아봐!”


A와 친구는 누런색 종이상자를 맞잡고 간신히 기숙사 문을 열었다. 기숙사는 현관을 기준으로 양쪽에 이층 침대가 각각 하나씩 놓였고 침대 머리맡에 얇고 긴 양문장, 장 옆으로 나란히 책상을 두 개씩 배치했다.


“아이고, 힘들어! 짐이 꽤 많다~”

“한꺼번에 다 가져오지 말고 조금씩 가져오라니까...”

“다 필요한데 어떡해?”


가끔 지나치게 당당한 A의 태도는 지난 3년을 떠올렸다. 친구는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A의 숨겨진 면이 두려웠다. 앞으로 드러날 일 없게 스스로 잘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친구였다.


“휴우~”


합격 후 학교가 집에서 멀어서 두 사람은 같이 기숙사를 신청했다. 같이 신청하면서 같은 방을 요청했고 다행히 일찍 신청한 덕분에 우선 배정받았다.


“우리 말고 두 명 더 들어온대?”

“일단 한 명 더 들어온대.”

“언제 온대?”

“그건 잘 모르겠네. 나중에 물어봐야지.”


기숙사 친구가 입실한 건 A와 친구가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고 2주 뒤였다.


똑똑-


“실례합니다~”


첫 학기 시작 전이라 A와 친구는 기숙사 침대에서 빈둥대며 수다 삼매경이었다. 누군가 기숙사 문을 똑똑 두드렸다. 두 사람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문이 열리고 한 손에 여행 가방을 든 조그맣고 귀여운 애가 들어왔다.


“안녕?”


기숙사 친구는 A와 친구를 보고 간단히 인사를 건넸다. 총총총 걸으며 기숙사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짐을 옷장 앞에 내려놓고 A와 친구가 누운 침대 맞은편 1층 침대에 걸터앉았다. 기숙사 친구는 체구가 무척 작고 탄탄했다. 올망졸망한 생김이 실루엣이 동글동글하지 않아도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


“안녕?”

“안녕?”


눈이 마주치자 A와 친구도 기숙사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다.


“신입생이지?”

“응. 둘이 과는 달라. 나는 00과, 얘는 00과.”


친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A도 따라 일어나 침대에 널브러진 노트북과 간식, 옷가지를 치웠다.


“나는 00과야. 우리 과가 다 다르네.”


기숙사 친구는 고개를 천천히 살포시 위아래로 끄덕였다. 배시시 웃는 웃음이 보는 사람이 무장해제 해서 경계심을 흐리는 마력이 있었다.


“나는 000이야. 너는 이름이 뭐야?”


어릴 때부터 동네 파워 인싸인 친구는 동류의 냄새를 맡았는지 꽤 반가워 보였다.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몇 번 손을 흔들고 친구가 물러나 침대에 앉으니 기숙사 친구는 시선을 A로 돌렸다.


“나는 000. 너는 이름이 뭐야?”

“아, 나는 000이야. 반가워. 적어도 1년은 룸메이트로 지낼 텐데 잘 부탁해.”


기숙사 친구는 또 배시시 웃었다. A도 기숙사 친구의 웃음에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너네는 서로 아는 사이야?”

“응. 같은 동네 소꿉친구야.”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겠네?”

“그렇지, 뭐.”

“와, 부럽다- 대학까지 같이 오기 쉽지 않은데.”

“하하... 거기엔 아주 슬픈 사연이 하나 있지.”

“왜, 왜? 뭔데?”

“그건 말이지...”


기숙사 친구가 짐을 풀 수 있었던 건 A와 친구, 두 사람과 조우한 지 이틀이 지난 일요일 저녁이었다. 운이 좋게도 기숙사 친구는 두 사람과 성격이 잘 맞았다. 잘 맞았다기보다 기숙사 친구의 성격이 워낙 호응이 좋고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시원시원했다. 누구라도 맞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었겠지만, 친구는 유달리 기숙사 친구와 죽이 잘 맞았다. 사돈에 팔촌 안부까지 서로 밝히고 나서야 그들의 수다는 일단락 맺었다. A는 두 사람 수다에 지쳐 간식 조달과 딴짓을 도맡았다.


거창하지 않은 시작과 달리 세 사람의 기숙사 생활은 화려했다. 특히 친구가 기숙사 내 음식 문제로 기숙 사감과 앙숙 관계가 되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시초는 기숙사 내 간식 반입이었다. 뱃속에 거지가 들은 것처럼 먹을 걸 입에 달고 살던 친구는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만족하기 어려웠다. 다리 부상이 낫고 그 후로도 꾸준히 운동을 해와서 기초 대사량도 높았고 어릴 때부터 먹던 양이 있어 뱃구레가 장난 아니었다. 밥 먹고 뒤돌아서면 배가 고픈 정도인 친구의 식욕은 굶기면 가죽 지갑이라도 뜯어먹어야 직성이 풀릴 만큼 대단했다. 그럼에도 날씬한 몸을 유지할 만큼 친구는 살기 위해서 먹어야만 했다. 당연히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던 기숙 사감은 친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굶주림에 지친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몸소 직접 경험하게 될 줄도 몰랐다. 친구는 배가 고프니 기숙사 내 간식 반입 금지를 견딜 수 없었다. 한동안 애가 없어져서 찾으면 거의 매점 앞을 서성이고 있을 정도였다. 친구는 기숙사 규칙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기어코 사감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처음엔 기숙 사감도 친구를 달래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기숙 사감은 친구 못지않게 완고했고 결벽증이 심했다. 간식 및 음식 반입으로 생길 해충 문제나 비위생적 환경을 우려했다. 2주간의 시범 기간 운영을 했지만, 기숙사에 바퀴벌레가 나타나는 예상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기겁한 기숙 사감은 다시 음식물 반입 금지령을 내렸고 친구는 또 배고픔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한껏 포악해진 친구는 특단의 조치로 배달 기사와 미리 짜고 기숙사에 배달 음식을 몇 차례 주문했다가 기숙 사감에게 걸리고 만다. 경고를 받았지만 얼마 후 창문으로 줄을 묶어 족발을 받던 친구가 화장실에 가다가 창문으로 수상한 물건이 오가는 걸 발견한 기숙 사감에게 딱 걸리면서 아예 모든 간식까지 금지 조치를 받았다. 나중에 혼자 간식을 숨겨 먹던 기숙 사감을 발견하고 결국 제대로 화난 친구는 기숙 사감의 간식 창고를 털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기숙사 생활 기간 3년 4개월 중 3년 4개월 차였고, 친구는 취업 전 마지막 한 달을 꼬박 집에서 통학해야 했다. 이 사건은 길이길이 남아 기숙사 전설로 후배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지만, 기숙사 친구는 탁월한 불난 집 부채질러로 친구가 있는 곳에 항상 기숙사 친구가 함께였다. A가 두 사람을 말렸냐 하면 그렇지 않다. 작당 모의에 A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처럼 전략 없는 실행으로 친구는 진작 기숙사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 세 사람의 전적에 말리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야, 이렇게 일찍 가버릴 줄이야.”

“그러게. 한 학기만 더 놀다 가지.”

“나도 갑자기 덜컥 붙은 거라 어안이 벙벙해.”


3학년 1학기 초, A는 우연히 교수님 말씀 따라 제출한 이력서가 덜컥 취업으로 이어졌다. 그냥 경험이라 생각하고 내 보라던 말씀에 정말 경험이라 생각하고 낸 서류가 합격할 줄 몰랐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취업할 거라고 뜬구름 잡던 차에 잘된 일이었다. A 성격상 자연스럽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대학에 남아 대학원생으로 석사, 박사를 따고 교수님 말씀에 따라 적당히 연구원으로 살다 말 인생이었다.


“취업하면 바쁘겠지?”

“그렇겠지?”


세 사람은 기숙사 매점 앞에 돗자리를 깔았다. 날이 추워서 오래 앉긴 힘들어 보였다. 탄산음료 한 캔과 뜨끈한 차 한 잔을 번갈아 마셨다. 맥주를 마시긴 힘드니 번갈아 가며 마시면 적당히 맥주 맛이 났다. 세 사람은 종종 매점 앞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나중에 졸업식엔 올 거야?”

“봐야지. 회사가 바쁘면 어떨지 모르지.”

“와- 갑자기 진짜 사회인 같잖아. 어제까지 기숙사 배달 음식이나 밀반입했는데.”

“하하... 나 없다고 함부로 기숙 사감이랑 싸우다 쫓겨나서 집에서 통학하지 말고 조심해, 너.”

“에이~ 내가 애냐? 그러겠어?”

“모르는 일이다, 너. 야야, 얘 잘 감시해. 배고프다고 이상한 짓 하기 전에.”

“당연하지~”


A는 잠시 친구와 기숙사 친구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하아... 말을 말자. 뭔 일 생기면 꼭 연락하고.”

“알겠어, 알겠어! 걱정하지 마!”

“그럼~ 뭔 일이야 있겠어?”


세 사람은 교정을 내려다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따끈한 차를 탄산음료보다 먼저 비우고 추워서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때 한 달 내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자고 일어나도 계속 집에 가는 길인 기분이 뭔지 네가 알아...?”

“그러니까 왜 기숙 사감 간식 창고를 터냐고. 미쳤지.”

“네가 직접 봤어야 해...! 혼자 몰래 간식을 먹던 기숙 사감의 얼굴을...!!!! 그건 넘어갈 수 없었다니까...!!!!”

“... 됐다, 됐어.”


친구가 투덜거리자 A의 입에 햄감자달걀 샌드위치를 물렸다.


“조용히 시키는 데 간식만 한 게 없어.”


A도 입에 샌드위치 하나를 물면서 친구 옆에 앉았다. 친구는 입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A를 흘겨보았다. 거실엔 바닥에 하얀 모래를 얇게 깔고 그 위에 무릎 높이 정도의 물놀이 튜브를 설치했다. 모래 위엔 하얀 조개와 예쁜 소라껍데기를 놓아 바닷가처럼 꾸몄다. 튜브엔 찬물을 넣고 움직이는 장난감을 띄웠다. 튜브 속을 이리저리 오가며 친구의 종아리에 부딪히기를 반복했다. 모래 옆 거실 바닥에 큰 비치타월을 각각 두 개씩 깔아 두고 하나는 물기 닦기용으로, 다른 하나는 누워서 일광욕을 즐길 수 있게 준비했다. 거실 천장에 조명을 라탄 전등갓에 따가운 태양 빛에 가까운 주광색 조명으로 갈았다. 그 주변으로 120cm 정도 인조 야자수 나뭇잎을 넓게 펼쳐 달아 열대지방의 분위기를 더했다. A와 친구는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최대한 열대지방 무인도의 분위기를 더하려고 선풍기나 에어컨도 끈 상태라 상당히 후덥지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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