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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ongyoon Dec 12. 2015

#3. 타인의 취향

Posted by DONGYOON_HAN / 2015년 4월 여행 중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의 예전 여자친구도 여행을 좋아했다. 그래서 예전에 서로가 다녔던 여행지 중에서 좋았던 곳을 꼽으라고 했을 때, 나는 이집트를 꼽았고 당시에 여자친구는 이탈리아의 친퀘테레를 꼽았다. 내가 가 보지 않은 곳이고 평소에 유명 여행지로는 들어보지 않아서 생경했었는데, 알고 보니 대한항공에서 추천하는 여행지 1위에 선정되기도 한 곳이었다. 이러한 추억을 안고 다음 여행지, 그리고 세계일주의 마지막 여행지로 친퀘테레를 선택했다.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친퀘테레

친퀘테레는 몬테로소 알마레(Monterosso al Mare), 베르나차(Vernazza), 코르닐리아(Corniglia), 마나롤라(Manarola), 리오마조레(Riomaggiore)의 다섯 개의 마을을 일컫는 말로 절벽과 바위로 이루어진 곳에 자리한 마을들이다. 해안과 산간 지형으로 둘러 쌓인 마을이다 보니 교통이 불편해서 그만큼 마을이 특이하다. 그리고 색색의 집들이 해안가에 몰려있으니 꼭 아름다운 달동네 느낌이다. 이곳은 산간 지형을 따라서 각 마을을 기차로 다닐 수도 있고 트래킹 형식으로 마을을 돌 수도 있다. 나는 물론 체력이 방전되었고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에 트래킹은 적당히만 하고 대부분 기차로 각 마을을 방문했다. (사실 트래킹 하면서 마을과 마을 사이를 넘으려고 했는데, 트래킹 길 입구에 유료 통행소가 있어서 힘도 없는데 무슨 트래킹인가 싶어 트래킹을 접었다)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 친퀘테레의 트래킹 코스

1년의 여행을 모두 계획해서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알지 못한 정보를 주위 사람에게  추천받아서 움직일 때가 많다. 사실  계획보다는 흐름에 맞춰서 움직이는 나로서는 사전 조사를 한 뒤 찾아 가는 여행에 비해, 추천 여행지로 새롭게 여정을 잡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친퀘테레 역시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사랑하는 여행지라면, 나도 충분히 좋아할 곳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했다.


추억을 안고 걸었다. 그 사람이 이 곳은 와 봤을까. 여기 벽화 앞에서 사진 찍었겠지. 작고 소박한 이 교회는 와 봤겠지. 이 튀김 요리는 먹어 보았으려나?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친퀘테레 구석구석을 다녔다. 그러다 마지막 마을의 꽃집 앞에 서서 꽃들을 구경하다가, 주변을 돌아보면서 서서히 마을 사람들의 욕심 없는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혼자의 여행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을을 여행하는 마을 여행은 따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마지막 여행을 따듯한 여행으로 만들어 준 사람에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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